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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hn 강 Jul 28. 2024

밀린 일기 쓰는 중 - 인도네시아

경리가 사라졌다

경리가 사라졌다.


1년 일한 본사 직원은 출산휴가를 주는데,

계약직으로 3년 간 일한 현장 직원에겐 출산휴가가 없다.

회사를 탓하기엔 현장은 힘이 없다.


현장 경리는 눈물을 터트리곤 회사를 그만뒀다.

소장님은 면목이 없어 경리를 붙잡지 못한다.

새로운 경리를 뽑아야 했다.


본사에서는 전문대 졸업 이상 월급 35만 원을 이야기한다.

현장 바로 옆 공장, 청소부 신입 월급이  40만 원이다.

너무나 당연하게 지원자가 없다.


고작 경리 하나 없을 뿐인데 현장에 마비다 온다.

정확히는 돈맥이 막혔다.

소장님은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자재 담당 로핸디에게 경리업무를 시킨다.

일주일 뒤 소장님의 고함소리가 현장이 울려 퍼진다.

"로핸디!"

현장 운영비를 청구해야 하는데 자료가 없다.

대로한 소장님이 로핸디를 찾는다.

하지만 로핸디는 당당하다.


A4용지에 손수 그린 장부를 보여준다.

그렇다. 사실 로랜디는 컴맹이다.

A4용지를 본사에 보낼 순 없다.


어쩔 수 없이 소장님 개인돈으로 현장경비를 처리한다.

그렇게 3주가 지났다.

소장님 돈 천만 원이 현장에 섞여 들어갔다.

더는 답이 없었다.


"야 네가 좀 해."

결국, 인니어도 할 줄 모르는 내가 현장경리를 하게 됐다.


인니어를 못한다고 경리업무를 할 줄 모르는 건 아니다.

숫자 놀음은 인니어를 못해도 할 만했다.

3주간 밀린 업무를 정리하는데, 정확히 3일이 걸렸다.

드디어 본사에 현장 운영비를 청구한다.


경리가 생기자 현장은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단 한 명, 경리업무'도' 담당하게 된 나는 숨이 턱턱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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