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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Jul 04. 2019

너무 깔끔형 엄마는 되지 마세요.

지나친 결벽증은 열린 사고를 방해한다.

"아휴. 이게 다 뭐야?"

우리 집에 놀러 온 엄마들이 하나같이 놀라는 말을 뱉어낸다.


놀랄 만도 하다. 찰흙 놀이하느라 집안 여기저기 찰흙 덩어리가 뒹굴고 한 방안에는 눈 놀이한다고 찢어진 신문지가 방바닥 전체에 깔려있으니. 아이들이 어렸을 때 우리 집 풍경이다.(아이들이 어릴 땐 창의적인 놀이를 많이 해 주었다. 그 과정에서 집이 어질러지는 건 당연하다.)


놀러 온 엄마들 집은 대부분 호텔 같았다. 아이들이 어린데도.


그 엄마들은 자신의 옷차림부터 아이들의 옷차림까지 꽤 신경을 썼다. 그 엄마들 눈에 우리 집은 돼지우리처럼 보였을 터.


그때마다 나는 목을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말하곤 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너무 깔끔형 엄마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든대요.(그러면서 속으로만 말한다. 사실 치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 덧붙이자면 나름 위생적인 면은 철저했다. 다만 아이들이 한창 어릴 때 지나친 정리로 인해 스트레스 주지 말자는 게 핵심이다.

즉 너무 깔끔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


한 때 유명가수 엄마의 육아 수필집이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세 아들이 성인이 되어 각 분야 전문가로 맹활약하는 걸 지켜보면서 그 육아서 내용이 맞다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그 가수의 노래를 좋아한다.


그 책에서 내가 가장 공감한 것은(정확하게 말해서 공감하고 싶었던 것은) 집을 너무 깔끔하게 치우고 살지 말라는 것이었다.


외국인이 한국인 집에 가면 너무 깔끔해서 불편한데 이 집은 그렇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욕이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그러나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인 가정은 지나치게 깔끔하고 규격화되어 있는 모양이다.


나는 아이들을 키울 때 기본적인 예절 외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예를 들어 책을 여기저기 놓아두고 읽게 한다거나 밥을 흘도 스스로 먹게 했다.


그런 나의 육아 방식은 공부 쪽은 몰라도 아이들이 행복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 또 내가 아이들을 20년 기르면서 느낀 건 아이마다 다르다는 것.


어떤 아이들은 깔끔하게 타고나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은 지저분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 친구는 아이가 일곱 살 무렵부터 자기를 무시했단다. 엄마는 너무 더럽다고.


아이들은 성향이 다 다르다. 그러니 엄마들이 한 때의 육아상식에 몰리는 건 위험하다. 각양각색인 아이 성향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그 성향을 무시하고 일제식 수업을 하는 것문제다. 그 대안으로 '거꾸로 교실'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주로 소인수 학급에서 하고 있다.


이때 동영상이 개인 수업에 적극 활용된다. 가정마다 컴퓨터나 핸드폰이 있으니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 수업을 하면 수업 시마다 일어나는 개인차를 극복할 수 있다.


토론 위주 수업은 문제해결력을 길러주고 창의력을 북돋운다. 하지만 교실 하나에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수업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선 힘들다. 게다가 교과목이 많다. 그러나 한 과목은 가능할 것 같았다.


과학전담을 맡은 적이 있다. 이때 거꾸로 수업을 응용해보기로 했다. 먼저 인터넷에 카페를 개설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했던 실험을 응용해 보고 숙제를 카페에 올리라고도 했다. 한 달에 한 번 이벤트도 진행했다. 단원명 행시 대회를 해서 잘 지은 학생에게 상품도 주었다.


그러자 몇 명의 학생이 좋은 작품을 올리기 시작했다. 주로 학교에서 했던 실험을 응용해서 다른 재료로 해 본 것들이다. 부모님이 동영상 촬영과 편집을 도와주었다. 이 동영상을 보고 흥미를 느끼는 학생들 덕분에 수업이 더 활기를 띄었다.


그런데 몇 명을 제외하곤 부모님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 탐탁지 않아는 부모도 있었다.


아이들은 주로 핸드폰으로 보는데 그 핑계로 다른 것도 볼까 봐 겁나 서다.


무엇보다 깔끔한 엄마들이 싫어했다. 집에서 밀가루로 실험하는 것이 있었는데 집안이 더러워져서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도시 엄마들은 집이 더럽혀지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주로 학습지만 푸는 공부를 하게 한다. 초등학교 공부는 몸으로 깨닫는 것이 좋은데.


다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깔끔한 엄마들은 유연한 사고력이 부족한 면이 있다. 특히 결벽증에 가까운 엄마들은 아이들을 틀에 가두는 경향이 있다. 하루 스케줄 관리부터 친구 관계까지 섭한다. 


한 여학생이 생각난다. 그 여학생은 얌전하고 공부도 잘했다. 옷차림도 늘 깔끔했다. 문제는 무기력하고 자기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사는 게 너무 지겹다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할 소리가 아니었다. 엄마자기 생각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깔끔한 엄마들의 특징이 빈틈없는 계획대로 사는 것이다.


미래학자인 다니엘 핑크가 내한했을 때 이런 문제가 보였나 보다. 젊은이들에게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인생은 계획대로만 되지 않는다면서.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훨씬 크단다.


아이들은 그 안에 충분히 좋은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 씨앗이 싹이 트도록 하는데에 많은 도움은 필요치 않다.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햇빛과 적당한 물을 주면 될 뿐.


지식이 단순하고 사회 변화가 예측 가능했던 시대엔 계획대로 열심히 살면 되었다. 하지만 현재 사회가 가고 있는 방향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다. 발전 속도가 빨라서 지식 주기짧다.


단순 지식보다 응용력이 필요해지고 있다. 응용력을 기르려면 편견없는,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한다.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이들이 열린 사고를 갖길 원한다면, 모든 면에서 너무 깔끔형 엄마는 되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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