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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Dec 03. 2019

세상의 수많은 'ㄹ 러'들에게 띄우는 감사편지

설리에 이어 구하라까지 가다니.

오늘, 특별히

당신들에게 편지를 써야 할 것 같아요.

감사편지를.

뭐 원래부터 고마웠지만 오늘은 특별히요.


당신들은 때론 '-ㄹ러'로 불리죠.  

스포일러, 헤일러, 악플러


또 변신의 귀재예요.

다양한 나이로 살죠.

당신들은 우리가 가는 곳

어디나 나타나요.

뭘 좀 해보려고 하면 특히 나요.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요.

시험 때만 되면 갑자기 책상 정리가 하고 싶고.

자장면을 시키면 옆자리 짬뽕이 눈에 들어오고.

놓친 남자나 여자가 근사해 보이고.

내가 타려는 버스는 항상 제일 늦게 오죠.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우리나라 치킨 상표가 왜 그렇게 많던지.


당신들은 진정 휴머니스트입니다.


어릴 적 크게 고민한 적이 있거든요.

친구들끼리 드라마 흉내내기 놀이를 했어요.

아마 막장 드라마였을 거예요.

그 드라마에서 막장 캐릭터인 시어머니 역을

아무도 맡지 않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별수 없이 그 드라마가

앙꼬 빠진 찐빵이 됐어요.

못된 시어머니가

착한 시어머니로 둔갑했으니까요.


그러니까 너무 재미가 없어서

다신 그 놀이 안 했어요.


새삼 당신들의 노고가 대단함을 느껴요.

아무도 맡지 않을 역을 덥석 맡다니.

당신들은 혹시 막장 드라마 마니아 인지도 몰라요.

뭐 인생 자체가 막장이니까요.


당신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니

뭐라 할 말 없지만요.

그렇게 눈처럼 쌓다가는

언제 당신들을 덮칠지 몰라요.


그러니까

뭐든 좀 적당히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질주하면 어떡해요.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요.

선배 오지랖퍼 니체가 그랬다죠.

"날 죽이지 못하는 건 날 더욱 강하게 만들 뿐이다."


그래요.

살아남은 우리들은

앞으로 더욱더 강해질 거예요.

얼마나 더 강해질지 한번 보세요.


그리고 그거 아세요?

'동백꽃 필 무렵'에서 용식이가 말한 거요.

'우덜은 떼샷이고, 끝없이 백업되는 존재'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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