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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Nov 18. 2019

너무 쉽다고 무시했나?

다이어트에 창의력을 발휘해 봤다.

다이어트에 창의성을 발휘해 본 적이 있다. 이 방법들은 순전히 내 아이디어였고 효과는 전혀 없었음을 미리 밝혀둔다.


진한 소금물에 몸 담그고 있기-김장 담글 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퉁퉁하던 배추가 소금물에 절여졌다가 나오면 호올쭉 해지는 삼투압 현상을 내 몸에 써 본 것. '사람의 배추화'라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배추와 사람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요요현상' 뒤집기-이는 내 몸에 오기를 슬슬 작동시켜 보려 한 것. 보통 굶으면 신체가 알아서 생존본능으로 지방을 비축하고 뇌는 식욕을 발동해 먹을 수 있을 땐 한껏 먹어두라고 명령한다. 다이어트 이후에 체중이 더 늘어나는 이유다. 그 현상을 반대로 뒤집으면 어떨까 했다. 이런 식이다. 좋아하는 음식을 배 터지게 먹는다. 토가 나올 정도로. 그러면 내 몸은 위기의식을 느껴서 계속 음식을 거부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한 끼 정도가 지나니 오히려 위 용량이 더 커지는 듯.


예쁜 옷 44 사이즈로 사놓기-절대로 입으면 안 되는 디자인의 옷을 작은 사이즈로 사놓는다. 그러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또 그 옷을 꼭 입고 싶은 마음에서라도 다이어트를 할 거라는 생각에. 이는 돈 버리고 자존감 버리는 최악의 방법이었다. 내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탈탈 털리는 기분이었다. 덤으로 +20법칙을 발견하게 된 것. 즉 20대에는 44, 30대에는 55, 40대에는 66, 50대에는 77 사이즈로 가는.


동화 속 주인공 소환하기-잔뜩 먹고 일찍 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래 동화 중 우렁각시라는 게 있다. 그 각시는 밤에 몰래 와서 집안일을 해 놓는 한국판 살림 요정이다. 한국형 요술램프 지니라고 해야 하나? 그 요정이 찾아와서 내 배에다 작업을 해 놓아주기를 간절히 기대하면서. 젊었을 때 기억이 나서다. 아무리 라면 두 개를 먹고 자도 일어나서 보면 배가 원래대로 홀쭉해지던 경험. 그러나 이제는 절대로 그런 기적은 볼 수 없더라는 것. 게다가 이 방법은 그나마 열심히 하던 현상유지도 안 된다는 것.


뇌를 속이기-내 몸무게에서 체중의 앞자리를 바꿔서 뇌를 속이는 것이다. 그럼 뇌가 알아서 몸에게 그에 맞는 식욕과 행동 패턴을 지시할 거라는 황당한 상상. 이는 어디에도 없는 이론이지만 뇌과학적으론 나름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뇌는 속여도 눈을 못 속이니 당최 효과가 없었다. 눈이 곧장 뇌에다 일러바치니 원. 눈을 감고 살면 어떻게 가능할지도.


위의 내용 외에도 다양하게 시도해 보았으나 결론은 늘 제자리다. 그러다가 최근에 조금씩 효과를 보는 것이 있다. 바로 뭘 하는 게 아니라 뭘 안 하는 거다.


이에는 야식, 간식, 폭식, 굶기, 다이어트 약 복용, 3백 음식(정제 밀가루, 흰 설탕, 흰쌀밥), 늦게 잠들기, 스트레스받기, 할 일 없어도 누워있기 등등.


이제부터 다이어트에는 창의력을 발휘하지 말아야겠다. 대신 잘 먹고(현미밥과 채식 위주 반찬으로) 잘 자고 잘 누면 되는 것이다. 이걸 이렇게 늦게 깨닫다니. 수십 년 동안 들어온 말인데... 돈이 들지도 않을뿐더러 효과가 최고다. 단 너무 단순해서 안 하게 된다는 것.


그동안 다이어트에 들인 돈만 생각해도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원위치가 아니라 조금 앞서 나가는 바람에 꾸준히 체중이 늘어왔다.


유독 다이어트만 그런 게 아니다. 강의를 잘하는 사람은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간단한 어휘로 재밌게 설명한다. 좋은 책은 내용도 좋지만 가독력이 좋다. 가독력은 저자가 핵심을 정확히 꿰고 있어야 가능하다. 진정한 사과는 구구한 변명이 없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진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미사여구가 필요 없다. 그저 사랑한다는 말을 울림 있게 하는 것이다.


문제 앞에서 너무 앞서 나가고 쓸데없이 덧붙이는 병에 걸린 게 아닐까 하는 반성이 된다. 진리는 단순함에 숨어있다는 걸 느낀다. 내가 지금 느끼는 스트레스를 노트에 적어 보았다.


1. 어떻게 하면 멋진 글을 쓸 수가 있을까?-

책을 많이 읽고 계속 쓴다. 많은 선배 작가들 말대로.

2. 건강-

소식하고 매일 30분 운동한다.

3. 다이어트-

잘 먹고 잘 자고 잘 눈다.

4. 돈-

열심히 벌고 낭비하지 않고 저축한다.


너무 간단하다. 그런데 이 이상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일이 알고 보면 이렇게 단순하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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