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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Dec 09. 2019

우리 아이들이 지금까지도 극찬하는 엄마표 놀이

우리들은 어릴 적 놀이에 대해 향수를 품고 산다

아이들이 어릴 때 5년간 전업주부생활을 다. 오랜 시간 빡빡한 직장 생활하다가 집에서 아이들과 지내게 된 것. 나의 모든 열정이 아이들에게로 쏠렸다. 매일매일 온몸을 다 바쳐 열정적으로 놀아주었는데 지금까지도 아이들이 그때 내가 해주던 놀이를 이야기하곤 한다.


우리 아이들이 다 큰 지금 행복도가 큰 것 같아 성공적인 육아였다고 자부한다. 그중에서 특히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했던 놀이에 순위를 매겨봤다. 한창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엄마들이 참조하라고 상세하게 설명해 보겠다.


내가 효과 본 엄마표 놀이 top 5

1위 :여기가 어디지?

이 놀이는 순전히 내가 생각해 낸 놀이 같다.

준비물:지퍼 달린 이불 커버(크면 클수록 좋다.)

방법:집에 있는 이불 커버 중 튼튼하고 큰 것을 고른다. 그 안에 솜을 빼고 커버 안에 아이들을 1~2명 들어가게 한다. 그리고 엄마는 그 이불 한 귀퉁이를 산타할아버지 선물꾸러미처럼 쥐고 집안 곳곳을 질질 끌고 다닌다. 그리고 대사를 하는 것이다. "여기가 어디지?"

그러면 아이들은 평소 경험치와 오감, 육감을 총동원하여 대답한다. 이때 엄마는 아이들이 다양한 대답을 펼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부엌, 안방, 화장실, 건넌방, 현관, 소파 앞, 텔레비전 앞 등 다양한 물건 이름을 대면서 어휘수도 늘리고 위치, 공간 감각을 익히고 상상력을 기르기 좋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불 커버 속에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게 킬링 포인트다. 좋아 죽는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같이 들어가게 하고 엄마 체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끌고 다닌다. 단 안전을 생각해서 천천히 끌고 다녀야 한다. 이때 이불속에서 뒤엉켜 서로 부딪히는 과정에서 동지애와 사회성을 배울 수 있다.

주의점: 단 아이들이 조금 크면 엄마 체력이 달려서 하기 힘들다.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만 가능하다.


2위:신문지 눈싸움

이 놀이는 우리 딸이 다니던 '미술로 생각하기'에서 배웠다.

준비물:신문지, 스카치테이프

방법:집에 있는 신문지를 되도록 많이 쌓아놓고 아이와 함께 길게 길게 찢는다. 이 과정에서 엄마나 아이가 평소 겪던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릴 수 있다. 찢은 신문지를 방 전체에 걸쳐 하나 가득 쌓아놓는다. 그리고 그 신문 지속에 숨기 놀이나 눈처럼 던져 뿌리는 놀이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한다. 그리고 이 신문지를 손으로 공처럼 뭉치다가 스카치테이프로 고정시킨다. 그 눈을 주고받거나 던지는 활동을 하며 이 놀이는 정점을 향해 치닫는다.

주의점: 예상대로 뒤처리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된다. 이 놀이는 아이들이 항상 좋아하므로 전용 바구니를 마련하여 둔다. 즉 그 바구니에 담아놓았다가 놀이를 할 때마다 바닥에 쏟는다. 쏟는 과정에서부터 놀이가 시작되는 셈이다. 아이들이 이 과정을 무척 즐긴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그때 그 신문지 침대의 폭신한 질감과 바스락거리던 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3위:동화를 현실로

이는 100% 내가 고안한 놀이다. 구체물을 활용한 수업을 좋아하는, 전형적으로 내 취향의 놀이다. 동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각종 물건들을 만들어보거나 인물들을 연기해 봄으로서 현실에서 직접 체험해 보는 놀이이다. 추상성이 구체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동기 유발되는 면이 많다.

준비물: 찰흙, 레고 블록, 종이, 재활용품 등

방법:

이 놀이는 동화책 읽기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아기 돼지 삼 형제라는 동화책을 읽어준다. 그런 뒤 아이들에게 여기서 등장하는 벽돌집, 볏짚, 나무집을 진짜로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본다. 아이들이 좋다고 하면 그때 미리 준비해둔 재료들을 나눠준다. 각 재료를 설명해주고는 직접 만들어보게 한다. 서툴러도 되고 완성되지 않아도 된다. 아기 돼지 삼 형제의 경우 우리 아이들에게 찰흙과 플라스틱 장난감 벽돌, 나무 블록, 나무젓가락을 주고 집을 짓도록 했다. 그러자 확실히 찰흙 위에 벽돌을 차례대로 쌓으면서 붙여나간 집이 가장 튼튼했다. 집을 다 짓고는 직접 늑대가 되어 실제로 집을 향해 입김을 불거나 발로 차거나 함으로써 건축자재와 공법이 건물의 내구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검증해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주의점:

예상하시는 바와 같이 뒤처리가 끔찍하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아주 잠깐일 뿐이며 몇 년만 눈 딱 감고 지내면 된다. 좀 어질르면 어떤가? 사실 아이들 방은 늘 그렇다. 사춘기 때 아이들 방이 더 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4위:빨랫줄 낚시놀이

이 놀이는 유아 프로그램에서 본 방법에다 여러 가지를 덧붙여서 완성한 놀이다.

이 놀이는 유치원 입학 즈음에 가장 극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준비물: 긴 털실이나 빨랫줄, 빨래집게, 마술도구, 도화지

방법:

이 놀이는 아이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엄마들의 협조를 받아서 같이 하면 좋다. 먼저 되도록 넓은 장소, 즉 거실에다 빨랫줄 같은 긴 줄을 설치한다. 그 줄 위에 각종 물건들을 매달아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고기 모양, 한글, 영어 알파벳 등.

그리고 아이들을 한 두 명씩 출발선 앞에서 구령과 함께 줄 앞으로 나가게 한다. 그리고 미션을 주고 실행토록 한다. 예를 들어 알파벳 A를 가져와라. 그러면 줄에서 이에 해당하는 것을 가져오면 이기는 것이다. 아주 어릴 땐 물고기 모양, 구름모양,  나무 모양 같은 단순한 것에서부터 유치원 들어가서 한글을 배울 땐 단어 카드를 찾아오게 하는 것도 좋다.

주의점:이 놀이에서 엄마들이 욕심을 내면 절대로 안된다. 가령 한글을 가르칠 욕심에 너무 일찍 한글 카드 낚시질을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한글 카드 같은 경우엔 한글 깨치는 데에 의욕을 보이고 이런 놀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아이에 한해서만 한다.

우리 딸의 경우 다른 물건은 재미있어하다가 학습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들어간 물건을 가져오라면 눈을 흘기며 그만두곤 했다. 뼈 때리는 한마디와 함께,

"엄마. 이거 공부지?"

또한 친구들과 같이 할 때 지나친 경쟁구도를 만들면 안 된다. 그때부턴 아이 엄마들과도 사이가 안 좋아지고 아이들끼리도 이 놀이가 전쟁이 되어버리는 느낌.


5위: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

준비물:어마어마한 체력

방법:이 놀이는 동명의 동화책에 나온 이야기를 직접 시연하는 놀이다. 즉 비가 와서 축구하러 나가지 못해 시무룩해 있는 아들에게 아빠가 피자 놀이를 제안한다. 그런데 피자는 바로 아이다. 아빠가 아이 몸을 가지고 피자 놀이를 하는데 가령 반죽 늘리기는 팔다리를 죽죽 잡아당기고, 반죽 평평하게 펴기는  아이를 엎드리게 해서 등을 손바닥으로 누른다. 또 소스 바르는 과정은 아이 배위를 손으로 빙빙 돌리며 문지른다. 피자 토핑 올리는 과정은 아이 배 위에 각종 물건을 오려 예쁘게 장식한다. 마지막으로 오븐에 굽는 과정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이불장 안에 누인다. 그리고 문을 닫으려고 하면 아이가 문을 닫지 말라고 소리치면서 이 놀이가 끝이 난다.

이 놀이는 평소 베이비 마사지를 꾸준히 해 온 엄마들에게 더욱 효과가 있다. 이 놀이 자체가 베이비 마사지를 응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쑥쑥 크는 아이들에게 베이비 마사지는 장 활동이나 피부 강화, 면역력 강화, 뼈와 근육 자리 잡는 것, 정서적, 체형 교정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주의점:이 놀이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야 하므로 엄마가 소유한 근육량에 따라 놀이 강도를 조절한다. 우리 아이들은 이 놀이를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해달라고 졸랐는데, 근육량이 운동선수급 나도 나중엔 우리 아이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들어 올리는 것은 봐달라고 했다.


또한 베이비 마사지를 너무 늦게까지 하는 건 아이들 피부감각을 쓸데없이 일찍 발달시켜 특정 감각이 조숙화될지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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