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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Apr 06. 2020

한국인의 단점이라고 말해왔던 4가지

코로나는 우리들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나의 단점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덜렁댐, 조급함, 말 많음, 게으름, 잘난 척, 쓸데없는 상상, 충동구매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입 아플 정도. 그런데 단점이 과연 단점일까? 혹시 단점의 탈을 쓴 장점은 아닐까? 아님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를 동시에 품고 있는 야누스일까?





외국의 유력 언론들이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처 능력을 극찬한다. 심지어 바닥을 기고 있는 우리나라 코로나 그래프가 아름답다고까지 한다. 우리나라의 어떤 탁월함이 이런 그래프를 만들었을까?


그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단점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외모를 너무 중시한다거나 체면치레를 앞세운다거나 서두르는 것, 스마트폰 과다 사용, 조급증 등.

위기에는 단점도 약에 쓰이는 걸까?

아니면 그동안 단점에 가려져 있던 장점을 못 본 것일까?

코로나 위기 대처에서 빛나는 대한민국이 이뤄낸 업적을 보면 평소 우리의 단점이었던 것이 많다.


1. 빨리빨리 병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 가서도 근면함을 인정받는다. 한국사람들이 운영하는 상점이 가장 먼저 문을 열고 가장 늦게 닫는다고 한다. 근면함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즉 결과를 빨리 내려는 욕심이 속도 경쟁을 낳는다. 늘 조급증 때문에 일을 그르치기도 하고. 그런데 이번 위기에서는 재빠른 대처 능력이 빛을 발했다.


2. 체면 중시 풍토

우리나라는 마스크 쓰기 모범국이라 할만하다. 증세가 없는 사람은 쓸 필요가 없는지도 모른다. 특히 야외에서는 불필요하다. 그런데도 굳이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로 예부터 내려온 체면 중시 문화도 한 몫한다. 남이 비난하는 걸 못 견디는 소심함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우리는 추운 겨울 한참씩 줄을 서서 사야 하는 번거로움이나 숨이 답답한 증상을 참는다. 자신이 무증상 감염자일지도 모르고 또 예방차원에서도.

그런데 기꺼이 나눔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구매를 양보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3. 스마트폰 중독

이번 코로나 영웅에는 많은 것들이 있지만 특히 스마트 폰을 빼놓을 수가 없다.

'스마트폰 승수'라는 게 있다. 스마트폰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경제적 효과가 어마어마함에 대해서. 특히 창출하는 관련 기기, 서비스 시장이 한해 수천억 달러에 이른 데에 대해 하는 말이다. 이를 '통화승수' 내지는 '화폐 승수'에 빗대어 부르는 것이다. 이 스마트폰 승수는 이번 위기에서 그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코로나 확진자의 동선이나 숫자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이토록 빠르게 손바닥 안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이태리나 스페인 등 유럽, 미국 등에 사망자 수가 많은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그 국가들의 공통점은 인터넷 통신망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같은 이유로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된 중국은 대처하기가 쉬웠을 듯.


마치 우리가 목디스크를 얻은 대신 목숨을 건진 느낌. 아이들이 평소 스마트폰에만 빠져 있다고 걱정하던 엄마들. 그들은 우리나라가 어느 나라보다도 온라인 수업에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을까? 과도기에 서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만 잘 견디면 인터넷 기기 구축은 우리에게 세계적인 위기 극복을 위한 효자가 되어 줄 것이다.

 

4. 냄비 근성

개인적으로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다. 이슈에 따라 금세 끓어오르다가 금세 식는 성향을 말한다. 귀가 얇아서 언론을 잘 믿고, 남의 말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런 면이 오히려 선순환을 만들어낼 줄이야. 즉 우리나라 국민은 코로나 위험성을 언론에서 발표하자마자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사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했다. 누가 뭐래도 이런 실천력은 남의 말을 잘 듣는 성향에 따른 것이다. 아무리 위험하다고 경고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몇몇 지조 있는 국가의 국민들은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진작에 한국을 따라 할 걸 하고.






이런 발상을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보고 있다.


혹시 나의 덜렁댐이 임기응변으로

조급함은 재빠른 실천력으로

말 많음은 글쓰기 능력(특별히, 다작 성향이 강한)으로 승화되고

잘난 척은 홍보력 절고 자존감 높은 '멘털 갑 인간'으로

쓸데없는 상상 역시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 성향으로

승화될 날이 올지 아는가?


특히 요즘처럼 말을 할 대상이 없어서 입이 근질근질할 때 더욱 그렇다.

이렇게 글이라도 자주 쓸 수 있는, 브런치가 있다는 게 더없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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