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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Apr 07. 2020

후회

코로나는 이제 별걸 다 하게 만든다

후회

                                            

                                        허윤숙



처음이 생각나요

햇빛 향이 나던 당신

그 햇빛 사이로

고운 빛깔이 돋았던


참 신기했죠

나를 너무 닮아서


나를 닮은 당신

당신을 닮은 세상


세상이 온통 당신으로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는데


시간은 심술을 부려

당신을 내놓으래요


내가 너무 작았나요

당신을 기엔


내가 너무 늙었나요

당신을 갖기


내가  많이 웃었나요

당신이 좋아서예요


내가 말이 많았나요

당신이 좋아서예요


당신이 차올라

손에 꼭 쥐고

놓을 줄을 몰랐죠


그렇게 나의 입술은

당신을 베어 물었죠


그러다가

뚝뚝 끊어진 음절

퀭하게 박힌 시선


당신을 집어넣고 

나는 삼켜졌어요


이럴 거면

아껴서 사랑할걸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나면

천천히 흐를게요


환희를 몇 다발

등 뒤에 감추고

없는 척도 해 볼게요


가슴이 벅차 와도

하나씩만 꺼낼게요


그러면

사랑이 달아질까요

증이 닳아질까요


아무렴 어때요

어차피

눈물도 필요할 텐데


노란 햇빛 한 조각

연초록 빗물 한 줌


뭐라도 지닐게요

당신이 묻은 거라면





젤리 한 봉지를 다 먹고 심하게 체한 후, 빈 젤리 봉지를 노려보며 쓴 시(이럴 줄 알았으면 모 젤리 광고처럼 딱 한입만 먹고는, 아기 성대모사하면서 비행기 놀이나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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