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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May 25. 2020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요즘 이런 아날로그 감성이 어디 그리 흔한가요?

한정식을 좋아한다. 영어로는 디너라고 해야 하나? 요즘 사람들은 아침에 가볍게 빵 한 조각이나 커피 등으로 식사를 한다. 늦은 아침식사나 이른 점심을 한 번에 하는 '브런치'도 있다. 아침식사보단 풍성하고 점심보단 가벼운, 그러면서 영양소는 골고루 들어가고 멋짐도 있는 브런치. 고급 호텔인 경우 브런치는 상당히 비싸다. 맛도 훌륭하고.


이곳 '브런치'도 그랬다. 영양가도 있고 맛있고 멋있어 보이는. 글의 무게도 마음에 들었다. 너무 무겁지도, 또 너무 헛헛하지 않은 글들이 주를 이루었다.


무엇보다 트렌드에 맞았다. 출판물이 아닌데도 진지하고, SNS 글이 아닌데도 신선하고. 둘의 장점을 다 가지고 있는 듯해서. 때론 실용적인 안내자 역할을, 때론 감성 무한 리필용으로. 때론 공감력 100%로 위로 담당까지.


처음엔 손님으로 드나들었다. 그러다가 그 식당에 취직하고 싶어 졌다. 신체 건강하고 요리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무난히 합격할 줄 알았던 것.


하지만 아니었다. 두 번이나 미끄러지고 나서 결심했다. 꼭 합격하리라고. 먼저 이 식당은 조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그전에 막연히 꿈꾸던 조리사자격증(출간)을 땄다. 그것도 양식 조리사, 한식조리사 두 개나.(두 권씩이나) 식당에 취직하기 위해 조리사 자격증까지 따다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 곳은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끝판왕처럼 보였기 때문. 무엇보다 감성 글이 많아서 놀랐다. 게다가 그 긴 글들에 '좋아요'를 많이도 눌러주는 것이다. 이 시대착오적 분위기는 뭐란 말인가?


세련된 간판 때문에 스파게티 전문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한식, 중식, 양식 등을 총망라한 브런치 식당이었다. 공장식 시스템이 아니라 수제식 공정으로 만드는 음식들.


제법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식도 보였다.

-할머니들이 손수 고아 주시는 호박엿이나 보리 개떡.

젊은 아날로그 감성도 보였다.

-젊은이들이 해외유학 가서 배워온 수제 햄버거.

친환경적인 음식도 보인다.

-텃밭에서 직접 길러낸 채소로 만든 유기농 샐러드.


젊은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플랫폼이다 보니 젊은 직장인들을 위한 글이 주를 이루지만 콘텐츠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생산자 입장이 되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인다. 연령대별 독자의 관심사, 최근 사회 이슈, 논의가 불편한 논쟁거리까지.오지랖을 넓혀 브런치의 사회적 영향력까지.


부담도 생긴다. 내 일기장이라면 모를까, 여러 사람이 시간과 집중력을 발휘하는 곳이기에.

'전에 쓴 것과 비슷한 내용인가?'

'읽는 이에게 시간 낭비는 아닐까?' 하고

(개인적으로 'TWO ME'를 글쓰기의 모토로 삼고 있다. 즉, 2개의 -미를 말하는 건데 재미가 있거나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으면 더 좋고)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갈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브런치는 은근 순수한 츤데레 남자 친구 같다. 겉으로는 무심한 듯 보여도 멀찍이 떨어져서 다 챙겨주는. 간혹 이벤트를 열어 자극도 주고, 경로를 알 수 없는 곳에 올려놓아 조회수도 터뜨려주고.(이건 의문이다. 자동으로 올라가는지, 브런치에서 올려주는지)


브런치에 글을 쓴 지 벌써 1년이다. 그동안 거의 매일 '일삼아' 글을 쓰면서 나도 많이 성장했다. 부디 이 '아날로그 감성 식당'이 변심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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