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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Jun 09. 2020

'사업심'이냐 '비즈니스 마인드'냐

우리가 확 꼬부라진 영어 발음까지 따라 했던 바로 그 나라가 지금은...

'비즈니스 마인드'

상해에 살 때 이 말을 조선족들은 '사업심'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쓰는 말에는 외래어가 거의 없었다. 순수 한글이나 한자를 한국말로 발음한 단어가 주를 이루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마인드-사업심

돼지 고깃집-돼지 부속품점

누나가 동생을 돌보는 일-누나 질

브레인이다-골이 좋다






처음 중국에 갔을 땐 모든 게 낯설어서 실수도 많이 했다. 한국 직원들을 초대한 적이 있는데 처음 중국을 접하니 모든 게 신기했나 보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간판에서 본 웃긴 한국말들을 주절주절 말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맞춤법이 엉망이었다. 그 자리엔 조선족과 한족 직원들이 함께 앉아있었다.  나는 그들과 맞장구를 쳤다. 마치 북한 말 같은 조선족 말들이 재미있어서다. 다들 깔깔거리마치 배틀하듯이 돌아가면서 말했다.


그러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조선족 직원들은 기분이 나빴을 것. 반대로 생각해보면 된다. 미국 교포가 우리나라에 와서 영어를 오용한 간판을 보며 깔깔거렸다면 하고.


당시 한국에선 조선족 말투를 패러디한 코미디가 많았다. 지금 생각하니 아찔하다. 한창 한류가 유행이던 시대라 조선족들이 많이 봤을 텐데. 중국 국적이지만 그들의 조상도 한국인이다. 하긴 우리나라 안에서도 지방 사투리, 특히 부산 사투리나 전라도 사투리를 풍자한 코미디가 흔했다. 대체로 서울을 동경하는 마음을 담은 것들이다. 알고 보면 상대적인 우월감에서 나온 유머다. 연변이나 강원도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는.


그런데 중국에 살다 보니 그런 단어들이 오히려 지조 있는 말처럼 들렸다. 우리나라엔 원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이것저것 뒤범벅이 된 말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에 산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응용까지 하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주로 한자어를 우리말로 읽으면 되었다. 아니면 순박한 원래의 단어 뜻으로 부르던가. 사뭇 원초적이고 그 단어의 작동 원리에 충실하게 말이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폭동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이 10만 명이 넘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처음엔 다른 나라 무시하고 그렇게 잘 난 척하더니.


이번 코로나 사태가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의 잘 사는 도시에서 피해가 컸던 것도 떠오른다. 한적한 시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집한 대도시가 전염에 취약하니. 또 미국에 유학 갔다 와서 심하게 꼬부라진 영어를 남발하던 후배가 떠 오른다. 내 촌스런 영어 발음을 어찌나 놀려대던지. 또 그땐 후배 발음이 어쩜 그리 멋있어 보였는지. 하지만 내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 심한 미국식 영어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 큰소리로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오랜 시간 미국식 발음을 동경하던 내 자신이 미워서 더욱 그렇다. 너무 속이 좁은가?


알고 보면 '비즈니스 마인드'라는 말보다는 '사업심'이라는 말이 우리 정서에 더 가깝다.

요즘은 방탄 덕분인지 경상도 사투리나 전라도 사투리가 남자답고 멋있어 보인다.

또 미국에 사는 동생이 병원에서 진료비 낸 것을 들으면 기암을 한다. 평소 의료보험비를 그렇게나 많이 내는데도 병원비가 천문학적이다.


언어도 바이러스도 절대로 잘난 척을 하면 안 되나 보다.

언제 뒤바뀔지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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