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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Aug 25. 2020

부정적인 말투

혹시 그 '부정성'은 나의 못남을 합리화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입에서 튀어나오는 모든 말이 부정적인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이야길 하면 맥이 빠져서 대화를 끌고 가기 힘들다.

돈을 엄청 들이고 각고의 노력 끝에 살을 빼고 나타났다고 치자. 그때 심각한 표정으로 걱정하듯이 혀를 쯧쯧거리며,

"안 보는 새에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요? 어디 아프세요?" 하는 것이다.


전에 내가 갑자기 살이 쪘을 땐,

"아니, 살이 왜 이렇게 쪘어요?" 혹시 순환이 잘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왜 몸이 붓잖아요?"


이런 사람은 누굴 위하는 타입의 성격이 아니면서도 남에게 관심이 많다. 비뚤어진 심보와 질투심, 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합세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긍정적이던 사람이 부정적인 말투로 바뀌는 경우도 많다. 요즘 유행하는 "라테 이즈 호스" 즉 "나 때는 말이야."를 남발하는 아저씨들. 이 꼰대 기질의 아재들은 말투가 부정적이다 못 해 남을 혼내는 말투로 시작한다. 부하직원을 거느린 부장님 말투다. 일 못하는 부하직원을 가르치고자 하는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듣는 사람은 몹시 불쾌하고, 일할 의지력이 오히려 상실된다.


그들의 부정적인 말투는 일상생활에도 적용이 된다.

요즘 남편 말투가 부쩍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어 당황스럽다. 젊었을 땐 분명 긍정의 아이콘이었는데. 아이들이 인터넷으로 옷을 사겠다고 하면,

"옷은 입어보고 사야지. 어떻게 사진만 보고 사냐?"(요즘 젊은이들은 인터넷으로 옷을 사는 게 일상인 걸 까맣게 모르고.)

딸이 밥을 먹다가 배불러서 남기려고 하면,

"밥을 남기면 안 돼. 다 먹어."(요즘이 구한말 시대인가? 누가 밥을 억지로 먹게 하는지. 비만이 더 나쁜데.)

내가 신상 다이어트를 해 볼까 하면,

"그거 몸에 너무 무리가 가는 거 아냐?"(이때 "살찌는 게 몸에 더 무리예요. 아. 저. 씨."라고 외치고 싶다.)


아저씨들만 그럴까? 아줌마 말투의 '부정성'은 '라테'를 능가한다. 상투적인 의미의 아줌마들은(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고) 모였다 하면 남의 험담부터 시작한다. 자기보다 잘난 사람을 먼저 거론하는데, 특히 예쁘고 잘난 척하는 여자면 '영순위'다.


그리고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무례하게 하거나 불편하게 한 사람, 또 자기보다 못났다가 잘 나가는 동창이나, 사생활 내용이 풍부한 연예인 이야기로 밤을 새운다. 그런데 그 대화 내용이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거다.


까다보면 부정적인 말투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 엄마들이 모여 수다 떠는 이야길 듣게 되는 순간, 아이들의 뇌에는 이런 공식이 자리 잡는다. '엄마들은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를 아예 싫어하는구나.'


남의 사생활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관심을 갖고 간섭하는 문화는 우리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더불어 입을 열었다 하면 부정적인 말이 나오는 습관도 나쁘다. 특히 나 자신을 반성하고 있다. 남에 대해서 정보를 듣거나 이야기할 때 말이다. 혹시 내 못 난 점을 덮기 위한 방편으로 삼지는 않는지. 그들의 잘난 점을 깎아내리고, 나를 그 자리에 올리려는 의도는 없는지. 그 의도가 내 말투로 고스란히 드러나지는 않는지 말이다.


만약 직장 동료가 예쁜 신상 원피스를 입고 왔다면 이렇게 말해주어야 한다.

"와. 멋지다. 어디서 샀어? 진짜 옷 고르는 감각 있다."


이렇게 말고 말이다.

"어머, 요즘 옷 많이 사네. 그 원피스 신상으로 아는데, 꽤 비싸지? 그렇게 옷 사는데 돈을 다 쓰다간 월급 금방 펑크 나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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