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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Nov 15. 2021

행운 의문자?

행운의 여신은 앞머릴 풀어헤치고 다닌다.

대체 그 행운이란 게 뭐야? 힘들기만 한데. 사주가 맞긴 해? 엉터리 사주였어.






몇 년 전이다. 같은 학교에 있는 교사가 사주를 주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해 주기도 했다. 되는 일이 없지  다고 하니, 삼재라서 그렇다나. 조금만 기다리면 큰 행운이 온다며.


언제냐고 니 2021년도라고 했다. 그 뒤로 매사에 힘이 났다. 안 좋은 일도 괜찮았다. 그놈의 삼재라니.


작년엔 '대박운이 오기 전에 일어나는 일' 같은 동영상 콘텐츠가 계속 눈에 띄었다. 내용은 이랬다. 대박 운이 오기 전에 많은 것들이 바뀐다고. 주변 인맥이 달라지거나 식성이 바뀐다거나 안 입던 옷 스타일을 입게 되는 등.

하나하나 맞아떨어졌다. 


올해 반드시 대박이 나야 했다. 징조가 너무 많았다.


드디어 2021년이 되었다. 새해 벽두부터 심상치 않았다. 주변에 장례식이 줄을 이었다. 좋은 것도 있었다. 딸내미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으니까. 건강은 좋아지나 했는데 또 새로운 건강 문제가 생겼고, 현재는 잘 관리되고 있다.


뭐가 대박이란 말인가. 삼재가 끝났다며. 애매한 시간이 흐르던 중 진짜 대박이 터졌다. 여름에, 또 가을에. 그런데 그게, 안 좋은 쪽으로다.


사주 봐준 교사를 원망했다. 대박을 기다린다고 해서 돈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딱히 억울할 일은 없었다. 보상심리가 문제였다. 삼재는 삼재대로, 대박은 대박대로 이런 식으로 니.


투덜대며 메일을 보고 있었다. 특이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행운 의문자가 여기 있어요.'


'기발하게도 지었네.'

내 마음이 그랬다. 애초부터 내게 행운이 오는 건 의문이라서. 수많은 스팸 메일 중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행운이란 무엇인가. 대박이란 어떤 건가.

내게 그런 건 없어.





반전이 있다.

여름에 일어난 일이 대박이었다는 걸 최근 알게 되었다. 행운에 의문이었던 내가,


메일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 사람의 사연은 무엇일까.


시간이 지난 터라 스크롤을 한참 내려야 했다. 그러다가 찾았다.


그런데 분명 그 메일이 맞는데 제목이 달랐다. 사실 그 제목은 이거였다.

'행운의 문자가 여기 왔어요.'


얼마 안 남은 올해, 진짜 대박이 또 오리라 믿는다. 처음엔 못 알아볼지도 모르겠다. 행운의 여신이 머릴 앞으로 풀어헤치고 다닌다니까.(내가 만든 말이다.)

이번엔 한눈에 알아보겠다. 또다시 '행운에 의문인 자'가 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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