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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윤숙 May 22. 2019

편안한 인상을 가지려면

본의 아니게 성형을 한 경우

언젠가부터 턱관절이 아파왔다. 안면 신경통도 의심해 보고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았는데 차도가 없었다. 정형외과에 가서 엑스레이까지 찍었는데도 이상이 없단다. 한 정형외과에서 치과를 가보라고 했다. '이 디스크'라는 게 있으니 검사해보라고. 그런데 치과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러자 보톡스 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턱 근육이 지나치게 발달한 사람들의 경우 오는 통증일 수 있으니 근육을 축소하는 주사를 맞으라며. 


하지만 치과는 너무 비싸니 성형외과에 가면 싸게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성형외과에 가서 턱 근육에 주사를 맞았다. 사각턱 보톡스 주사라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 주사를 맞고 나서부터 턱 통증이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 지나자 얼굴형이 전에 비해 훨씬 부드러워졌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딱딱한 음식을 좋아했던 나는 마른오징어나 껌을 즐겼다. 게다가 턱을 괴는 습관이 있었다. 이런 습관이 저절로 각진 턱을 만들었던 것. 각진 턱은 강한 인상을 만들었다. 내가 군인이라면 또 모를까? 각진 얼굴이 내겐 늘 콤플렉스였다. 게다가 ‘아네모네’라고 부르는 동생들의 놀림도 듣기 싫었다. 턱 때문인지 젊은 시절 인상이 좋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전체적으로 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인상이 좋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 곰곰이 따져보니 턱의 통증으로 인해 주사를 맞은 후부터였다. 딱딱하게 뭉쳤던 턱 근육의 통증도 사라졌지만, 무엇보다 인상이 둥글둥글하게 변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그 후로 인간관계나 일들이 잘 풀려나갔다. 


생각해 보면 내 얼굴을 가장 자주 보는 사람은 당연히 나다. 부드러운 인상의 내 얼굴을 내가 자꾸 보다 보니 말투도 부드러워졌다. 외형이 내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성형시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갈등이 생기곤 한다. 나는 성형을 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안 했다고 해야 하나? 내 경우는 굳이 말하자면, 성형시술을 한 건 아닌데 성형 효과를 본 케이스다. 이를 교정하거나 비염을 고치기 위해 코가 휜 것을 바로잡는 시술도 같은 효과가 있다. 


이 시술의 공통점은 통증이 있거나 불편한 것을 바로잡는 것이다. 불편했던 신체가 편해지니 인상이 좋아지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턱관절이 아파서 늘 예민했고 얼굴을 찡그렸다. 당연히 인상이 안 좋았다. 


부정교합의 경우 통증이 있거나 비대칭으로 인해 입을 벌리고 자는 등 불편한 점들이 많다. 신체의 한 부분이 불편하다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것이고, 그것을 바로잡음으로써 외모가 나아지고 인상이 좋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 이상이 없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이 성형에 중독되는 경우는 문제가 심각하다.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결국 무리한 성형욕구를 불러오고, 오히려 보기 싫게 변하게 된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사람의 인상에 있어서 많은 부분이 적용된다. 어딘가 아프면 찡그릴 수밖에 없다. 대체로 위장병이 있는 사람들은 양미간에 주름이 심하게 잡힌다. 통증으로 인해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다. 찡그리는 것이 습관화되면 표정으로 굳어지고 인상이 나빠진다.   

  

한눈에 보기에도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한 경우다. 내 인상이 별로 안 좋은 경우 몸 한 구석 어딘가 불편한 곳이 없는지 점검하자. 그리고 인상 미남, 인상 미녀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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