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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Aug 06. 2024

소설'벌레 이야기'와 영화'밀양'의 미묘한 연결고리

영화 기획은 어떻게?_5편

이번엔 영화 '밀양'의 원작인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특히 우리는 이 두 작품 사이의 흥미로운 연결 지점에 주목해 볼 텐데요, 이는 영화 기획의 독특한 측면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될 것입니다.


'벌레 이야기'와 '밀양'. 이 두 작품은 얼핏 보기에 매우 다른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두 작품은 매우 짧은, 그러나 중요한 연결 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손에 벌레가 기어오르는 장면'입니다. 이 작은 연결고리가 어떻게 한 편의 영화로 발전했는지, 그 과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벌레 이야기'의 핵심을 간단히 짚어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아들을 잃은 한 여성의 고통과 그 극복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종교에 귀의하지만, 결국 신앙마저 버리고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는 인간의 고통과 구원의 문제를 다루는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반면 '밀양'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은 종교에 의지하다가 배신감을 느끼고 방황하지만, 결국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모색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작품을 이어주는 '벌레' 모티프는 무엇일까요? '벌레 이야기'에서 벌레는 주인공의 절망과 고통을 상징합니다. 손에 기어오르는 벌레를 보며 주인공은 극도의 절망감을 느낍니다. '밀양'에서도 이와 유사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주인공의 정신적 붕괴를 암시하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작은 연결고리를 통해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원작의 '고통'이라는 주제는 가져오되, 그 전개와 결말을 완전히 다르게 구성했습니다. 이는 영화 기획에서 '영감(inspiration)'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영화 기획자들은 종종 원작의 '전체'가 아닌 '부분'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밀양'의 경우, 그것은 단 하나의 장면, 하나의 이미지였습니다. 그러나 그 작은 연결고리가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내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원작의 충실한 재현'만이 좋은 각색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때로는 작은 요소에서 영감을 얻어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창의적인 영화 기획의 본질이 아닐까요?


'벌레 이야기'와 '밀양'의 관계는 우리에게 영화 기획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하나의 이미지, 하나의 장면이 새로운 이야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원작과는 전혀 다른, 그러나 여전히 깊이 있는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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