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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바보들의 행진]

2024년 대한민국 영화 100선 중 6위 작품

by 김형범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은 1975년 개봉 이후 한국 영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습니다. 2024년 한국영화 100선에서 6위에 오른 이 작품은,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예술성과 시대정신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319_581_1135.jpg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_포스터

'바보들의 행진'은 최인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1970년대 대학생들의 일상을 코미디 형식으로 그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당시 유신 체제 하의 억압된 사회상과 청년들의 고뇌가 깊이 배어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영화가 강력한 검열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무려 30분이 넘는 분량이 검열로 인해 삭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러한 제약이 영화의 예술성을 더욱 높이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습니다. 감독은 직접적인 비판 대신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시대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고, 이는 영화에 더욱 깊은 울림을 주게 되었습니다.


'바보들의 행진'은 표면적으로는 대학생들의 연애와 우정을 그리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바보'가 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었던 당시 청년들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코미디 형식을 빌려 웃음을 자아내지만, 그 웃음 뒤에는 깊은 슬픔과 절망이 숨어 있습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를 보여줍니다. 특히 송창식의 OST는 영화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으며, '왜 불러'와 같은 노래는 영화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청년 문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바보들의 행진'이 2024년 한국영화 100선에서 6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 영화가 가진 예술성과 시대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70년대를 회고하는 작품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바보들의 행진'은 검열과 억압의 시대에 만들어진 역설적 걸작입니다. 코미디라는 형식을 빌려 당대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청춘의 아픔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낸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여전히 강력하며, 이는 '바보들의 행진'이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선 보편적인 인간 드라마임을 증명합니다. 이 영화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국 영화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억될 것입니다.


https://youtu.be/4PvzT5WnNrA?si=WXV4DB6gyIDu8Bv1

영화 바보들의 행진 본편(출처 : 영상자료원 한국고전영화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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