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의 기록, 존재의 증명
1966년 1월 4일, 일본 출신의 개념미술가 온 카와라는 자신의 가장 유명한 작품 시리즈인 '오늘(Today)' 연작을 시작했습니다. 이 작품은 그의 사망 직전인 2014년까지 약 48년간 지속되었습니다. '오늘' 연작, 또는 '날짜 회화'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들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카와라의 '오늘' 연작은 매우 단순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빨강, 파랑, 회색 중 하나의 색으로 칠해진 캔버스에 그날의 날짜만을 흰색으로 적어 넣은 것입니다. 그는 거의 매일 이 작업을 했고, 결과적으로 약 3,000점에 달하는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각 작품의 크기는 다양했지만,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카와라의 작업 방식은 엄격했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그날의 날짜를 그 지역의 언어와 관습에 맞춰 그렸습니다. 만약 자정까지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면 그 작품은 폐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엄격한 규칙은 카와라의 작품에 일종의 수행적 성격을 부여했습니다.
'오늘' 연작은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달력을 예술로 옮긴 것이 아닙니다. 각각의 날짜는 그 날 카와라가 살아 있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그 날의 특별함을 기념합니다. 이는 마치 고고학자가 발굴 현장에서 매일의 발견을 기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카와라는 자신의 삶이라는 '발굴 현장'에서 매일의 '발견'을 기록한 것입니다.
카와라의 작품은 개인적인 동시에 보편적입니다. 각 날짜는 카와라 개인의 삶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그 날 전 세계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1969년 7월 20일의 작품은 카와라의 하루이자,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딛은 역사적인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연작은 우리에게 시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매일이 똑같아 보이지만, 실은 모든 날이 특별합니다. 또한 이 작품들은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덧없고 동시에 의미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매일을 살아가지만, 그 '매일'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됩니다.
카와라의 작품을 보면,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날짜를 찾아보게 됩니다. 우리의 생일, 졸업한 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날 등.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날짜들이 다른 이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날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온 카와라의 '오늘' 연작은 단순한 날짜의 나열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기록이자, 시간의 흐름에 대한 명상이며, 우리 모두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입니다. 카와라는 매일매일을 그림으로써, 평범한 일상의 특별함을 포착했고, 우리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의 '오늘'은 어떤 의미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