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경계와 힘: 서사의 깊이 있는 이해
H. 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 3장과 4장을 중심으로
이 글은 H. 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7부작 시리즈의 두 번째 글입니다. 이번에는 3장과 4장을 중심으로, 서사의 경계와 수사학적 측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이야기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이야기일까요? 그리고 이야기는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까요? 3장과 4장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3장은 서사의 경계에 대해 다룹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액자서사'입니다. 이는 하나의 이야기 안에 다른 이야기가 포함된 구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친구에게 "어제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를 전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상황이 바깥 액자가 되고,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구조는 단순히 이야기를 담는 그릇 역할을 넘어서, 그 안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액자서사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소설 속 인물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 등이 모두 액자서사의 예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이야기에 깊이를 더하고, 여러 층위의 의미를 만들어냅니다.
또한 3장에서는 '곁텍스트'라는 개념도 소개합니다. 이는 책의 제목, 작가 소개, 목차, 표지 디자인 등 본문 외의 요소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우리가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라는 문구가 붙은 영화를 볼 때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볼 때, 우리의 몰입도와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해 보셨을 것입니다. 곁텍스트는 우리가 이야기를 접하기 전부터 이미 우리의 기대와 해석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3장에서는 또한 서사의 경계를 확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들도 다룹니다. 예를 들어, 하이퍼텍스트 서사나 롤플레잉 게임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들은 전통적인 이야기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은 독자나 플레이어가 이야기의 전개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마치 우리의 실제 삶과 비슷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서사는 '이야기'의 정의와 경계에 대해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4장은 서사의 수사학, 즉 이야기가 어떻게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룹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인과관계'와 '표준화'입니다.
인과관계는 이야기가 사건들 사이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왕이 죽고 난 뒤 왕비가 슬퍼서 죽었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라 두 사건 사이의 연관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과관계의 형성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복잡한 현상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의 실제 삶에 적용하게 됩니다.
표준화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이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주는 기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역사적 사건도 하나의 이야기로 정리되면 우리는 그것을 더 쉽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이야기가 가진 강력한 힘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낯선 세계를 익숙한 것으로 만들고, 복잡한 현실을 단순화하여 이해합니다.
4장에서는 또한 '마스터플롯'이라는 개념도 소개합니다. 이는 우리 문화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야기의 패턴을 말합니다. 영웅의 모험담이나 성장 이야기 같은 것들이 그 예입니다. 이런 마스터플롯은 우리의 기대를 형성하고, 현실을 해석하는 틀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신데렐라' 이야기의 패턴은 많은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에서 반복되며, 우리는 이를 통해 사랑과 성공에 대한 특정한 기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처럼 이야기는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우리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 광고, 영화, 그리고 일상의 대화들 모두가 이야기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들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스에서 어떤 사건을 어떤 순서로, 어떤 인과관계로 설명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이해와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광고는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우리의 욕구를 자극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특정한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이상과 욕망을 형성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서사의 구조와 시간의 관계, 그리고 서술자의 역할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해 보겠습니다. 특히 이야기가 어떻게 시간을 다루는지, 그리고 서술자의 관점이 어떻게 이야기의 의미를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 시간을 경험하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이해는 단순히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형태의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스스로가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는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