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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Aug 06. 2024

스펀지밥에서 파리 올림픽까지:탄소 중립의 허상을 벗기다

인류의 위기 시리즈 14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펀지밥'은 단순한 어린이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비키니 시티라는 가상의 해저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시리즈는 실제로 우리 현실 세계의 환경 문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비키니 시티라는 이름은 실제 존재하는 비키니 에서 유래했습니다. 이 섬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미국의 핵실험 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 스펀지밥과 그의 친구들의 기이한 모습과 행동은 단순한 상상의 산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는 핵실험과 같은 극단적인 환경 파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파괴의 역사는 현실 세계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의 서핑 종목 개최지로 선정된 타히티섬이 그 예입니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한 이 섬은 과거 프랑스의 핵실험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 파괴와 주민들의 건강 피해를 겪었습니다. 1966년부터 1996년까지 이 지역에서 200회 가까운 핵실험이 이루어졌고, 그 영향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배경 속에서,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이번 대회를 128년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탄소 중립' 행사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저탄소'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슬로건 뒤에는 실질적인 환경 보호 노력보다는 숫자 놀음에 가까운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가 내세운 탄소 중립 달성의 핵심은 바로 탄소 배출권 거래입니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 동안의 탄소 배출량을 175만 톤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예상 배출량은 300만 톤에 달합니다.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 조직위는 150만 톤에 달하는 탄소 배출권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마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실제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돈을 주고 배출 허용량을 사들임으로써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환경 보호라고 볼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접근은 다른 여러 가지 모순된 정책들과 맞물려 있습니다. 선수촌 아파트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선수들의 건강과 경기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여러 국가들이 자비를 들여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로 인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사이의 '빈부 격차'가 올림픽 현장에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식사 문제도 심각합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영양 섭취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국가는 별도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어, 이 또한 국가 간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개회식에서 내연기관 보트를 사용하거나 폭죽을 터뜨리는 등 친환경 정책과 맞지 않는 행동들도 있었습니다.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올림픽 성화입니다. 탄소 중립을 위해 실제 불이 아닌 LED 전등과 특수 효과로 성화를 대체했지만, 이를 위해 그리스에서부터 프랑스까지 진짜 불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볼 때, 파리 올림픽의 '친환경' 정책은 실질적인 환경 보호보다는 이미지 세탁을 위한 '그린워싱'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탄소 배출권 거래를 통한 탄소 중립 달성 주장은 이러한 그린워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환경 보호는 실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행사를 운영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단순히 숫자를 맞추기 위해 배출권을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펀지밥의 비키니 시티에서 시작된 우리의 여정은 파리 올림픽의 모순된 현실로 이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친환경'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쉽게 그린워싱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진정한 환경 보호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현재의 행동을 바꾸며, 미래를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파리 올림픽이 보여준 사례를 통해, 우리는 환경 보호 정책이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수치나 이미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진정한 환경 보호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하면서도 지구를 지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는 환경 보호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이미지 개선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스펀지밥의 비키니 시티처럼 환경 파괴의 상징이 되는 것을 막고,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환경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고 행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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