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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Sep 13. 2024

무한환영 속으로: 야요이 쿠사마의 '무한 거울방'

빛과 거울로 만든 우주, 자아를 만나는 공간

우리는 종종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 세계가 무한하다면 어떨까요? 일본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 1929년생)는 '무한 거울방'이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를 그런 세계로 초대합니다.


'무한 거울방 - 수백만 광년 떨어진 영혼들'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단순한 설치 미술을 넘어서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작은 방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마치 우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집니다. 수백 개의 LED 조명이 거울에 반사되어 무한히 펼쳐지는 듯한 환영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쿠사마의 '무한 거울방'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체험하는 예술입니다. 관람객은 이 작품의 일부가 되어 공간을 활성화시킵니다. 동시에 자신의 모습은 무한한 공간 속으로 사라져갑니다. 이는 마치 우리의 존재가 우주의 일부이면서도, 그 광대함 앞에서 작아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작품은 쿠사마의 오랜 예술적 탐구의 결과물입니다. 그녀는 삶의 덧없음과 죽음의 불가피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왔습니다. '무한 거울방'은 이러한 그녀의 철학적 사유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빛의 패턴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모호하게 만들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쿠사마의 작품은 단순히 아름다운 시각적 효과를 넘어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이 광대한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가? 시간과 공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삶과 죽음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무한 거울방'은 또한 현대인의 고립된 삶에 대한 메타포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깊은 고독을 느낍니다. 쿠사마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무한히 반복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동시에 이 작품은 명상적인 공간을 제공합니다. 빛의 점멸과 무한한 반사는 관람객에게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들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이는 마치 우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듯한 초월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다음에 미술관에서 쿠사마의 '무한 거울방'을 만난다면, 잠시 멈춰 서서 그 경험에 온전히 몰입해보세요. 당신은 그 속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요? 무한히 반복되는 자신의 모습일까요, 아니면 우주의 광대함일까요? 아마도 그 답은 당신 자신 안에 있을 것입니다.


야요이 쿠사마의 '무한 거울방'은 우리에게 예술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을 넘어, 자아와 우주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우리를 일상에서 벗어나 무한의 세계로 인도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예술의 힘이자, 쿠사마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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