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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Sep 04. 2024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지만 모든 것을 바꾼 숫자 이야기

0의 마법, 수학의 혁명

존경하는 독자 여러분, 오늘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숫자 하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바로 '0'이라는 숫자입니다. 지금은 누구나 쉽게 사용하는 이 숫자가 실은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발견 중 하나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0의 역사는 인류의 사고방식 변화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여정입니다. 수학은 본래 '세는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 2, 3... 이렇게 세어 나가는 과정에서 수학이 탄생했죠. 그런데 '없음'을 나타내는 0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사과 한 개, 두 개는 셀 수 있지만, '사과가 없다'를 '0개의 사과'라고 표현하는 것은 꽤 추상적인 사고를 필요로 합니다.


고대 문명에서도 0의 개념은 존재했지만, 그것을 하나의 '수'로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메소포타미아나 마야 문명에서는 0을 자릿수를 나타내는 기호로 사용했지만, 연산의 대상으로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0을 진정한 의미의 '수'로 인식하고 사용한 것은 인도 문명이 최초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에서 0이 탄생한 배경에는 흥미로운 이유가 있습니다. 인도의 수학자들은 필산, 즉 모래나 분필로 숫자를 써가며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25+10과 같은 계산을 할 때, 1의 자리에서 5+0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0을 연산에 포함시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0은 단순한 기호가 아닌, 다른 숫자들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 '수'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0의 발견은 수학의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0을 사용함으로써 우리는 적은 수의 기호로 무한히 큰 수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0은 대수학과 미적분학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방정식을 풀거나 극한을 계산하는 등 현대 수학의 많은 부분이 0의 존재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0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닙니다. 유럽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0의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무(無)'나 '공허함'을 나타내는 0이 신의 충만함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은 결국 승리했고, 오늘날 우리는 0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0의 역사는 단순한 수학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류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흥미진진한 서사입니다. '없음'을 하나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인류 지성사의 큰 도약이었습니다.


다음에 0을 사용하실 때, 잠시 멈춰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동그라미 속에 담긴 인류의 지혜와 창의성을, 그리고 그것이 가져온 혁명적인 변화를 말입니다. 0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마법 같은 숫자입니다. 0의 마법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음을 기억하며, 수학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 번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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