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가족의 의미
우리 삶의 중심에 있는 가족. 그 관계만큼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 또 있을까요? 일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처음 들으면 충격적이지만,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듯합니다.
가족을 흔히 '애증의 관계'라고 하죠. 사랑하면서도 미워하고, 그리워하면서도 피하고 싶어 하는... 이런 복잡한 감정은 특별히 불행한 일을 겪지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도 가족이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관계이기 때문일 겁니다.
얼마 전, 11살 된 제 딸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아빠, 왜 학교 친구들보다 가끔 가는 돌봄센터 애들이 더 친할까요?" 이 질문에 대답하면서 저는 문득 학창 시절과 군대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딸에게 이렇게 설명했죠.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좋은 점도 보이지만 나쁜 점도 함께 보이게 돼. 그래서 더 많이 신경 써야 하는 거야."
그러면서 학교와 군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곳. 그게 바로 학교와 군대라고요. 그리고 문득 깨달았습니다. 가족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요. 때로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견딜 수 없이 싫지만, 결국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그게 바로 가족 아닐까요?
제 경우를 보면, 어머니가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데 이것저것 반찬도 해주시고 함께 식사하자고 하십니다. 감사한 마음도 들지만, 때로는 불편할 때가 있어요. 특히 저나 아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반찬을 해주실 때가 그렇죠. 안 받자니 서운해하실 것 같고, 받자니 처치 곤란이고... 하지만 결국은 받아야겠죠.
이런 상황들이 가족 간의 미묘한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런 '평범한' 갈등이 있는 가정이 오히려 감사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극단적인 다툼이나 불화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일 테니까요.
우리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면서 가족 간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소통의 부재가 지금의 복잡한 가족 관계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시작한다면, 조금씩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족이라는 미로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과 갈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야 합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겠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성숙해지고, 진정한 의미의 가족애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11살 딸과의 대화를 통해, 저는 다시 한번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복잡하고 때로는 불편한 관계 속에서도, 가족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사랑을 느끼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