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위기로 본 시스템의 소중함과 전문성 부재의 위험
5년 전 어느 주말, 제 아이가 욕실에서 넘어져 턱을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가족은 국립의료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가며 긴 밤을 보냈습니다. 늦은 밤 응급실에서 마취의를 기다리는 동안, 저는 의료 시스템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시스템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충북 충주의 유일한 대학병원인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이 평일 야간과 주말에 운영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전국적으로 중증 응급 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는 응급실 환자가 평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더 큰 혼란이 우려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단기적인 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의료계에서는 가을부터 겨울까지 호흡기 질환, 뇌혈관 질환, 심근경색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의료 인프라가 무너진 상황에서 이러한 환자들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요?
이 모든 상황의 시발점은 아마추어 정부의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문성 없는 정책 결정과 강압적인 집행이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습니다. 정부는 군의관과 공중보건의를 투입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이종 면허를 가진 사람에게 중장비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비유합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정부가 내년 2월 입시가 끝나면 모든 것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한 안일한 태도입니다. 이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의료 시스템의 붕괴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시스템이 무너지고 나서야 우리는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지만, 이미 복원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각자도생'을 권하고 있습니다. 멀리 이동하지 말고, 교통사고에 주의하며, 벌초도 자제하라고 합니다. 특별한 음식을 삼가고, 아이들을 혼자 두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5년 전 그날, 우리 가족은 다행히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요?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의료는 우리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한번 무너진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제라도 정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대증요법이 아닌,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우리 시민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고, 보다 전문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시스템의 소중함을 깨달은 지금, 우리는 더 이상 후퇴할 수 없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정책 결정과 시행,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무너진 의료 시스템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우리의 건강과 생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함께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