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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범 Sep 23. 2024

대한민국에 실존하는 성기사의 비밀

중세 기사도 정신이 현대 기업에 녹아든 놀라운 이야기

우리나라에 성기사가 실제로 있다면 믿어지시겠습니까? 성기사 하면 롤플레잉 게임에서나 나오는 캐릭터 직업으로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중세에나 있을 법한 직업이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존재할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대한민국에는 진짜 성기사가 존재합니다. 그것도 중세 유럽이 아닌 21세기 대한민국의 한 도시에서 말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대전의 한 제과점입니다. 빵을 만드는 기술자가 어떻게 성기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이 제과점의 나눔 정신은 창업 초창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56년,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한 이 가게는 매일 팔고 남은 빵을 지역의 고아원과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재고 처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창업주의 진심 어린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초창기 성심당(좌)와 성심당과 성당(우)

시간이 흐르고 제과점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매출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그러자 의외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기부할 빵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제과점은 놀라운 결정을 내립니다. 팔고 남은 빵이 없다면, 기부를 위해 새로 빵을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나눔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날의 빵을 기부하는 성심당

이러한 꾸준한 나눔의 정신은 지역 사회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 빵집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와 애정으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맛있는 빵을 파는 가게가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이웃으로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2015년, 이 제과점의 노력은 뜻밖의 큰 인정을 받게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 빵집의 빵이 대접되었고 이를 계기로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교황은 이 제과점의 나눔 정신을 높이 평가해 '성 그레고리오 대교황 기사단'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이로써 이 빵집의 대표는 말 그대로 '진짜 성기사'가 된 것입니다.

성심당 부활절 특별 메뉴 교황빵과 그 크기

중세 시대의 기사도 정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대전의 '성심당'입니다. '성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제과점은 오랜 세월 동안 따뜻한 마음으로 지역 사회와 함께해왔습니다. 성심당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 신화를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나눔의 가치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입니다.


성심당은 최근 과일을 듬뿍 올린 케이크로 또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그들의 본질은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직원들과 나누고,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경영 철학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합니다.

대전의 명물이 된 성심당의 시그니쳐 메뉴 과일 시루_제철과일을 듬뿍 얻은 케이

이 제과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기업의 성공이 단순히 이윤 추구에만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진정한 성기사의 정신으로 빵을 만들고 나누는 이 제과점.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밝혀주는 등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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