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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정기를 삼킨 자, 전우치의 각성

전우치전_2편

by 김형범

전운치는 평소처럼 서책을 들고 서당으로 향하던 날, 죽림이 우거진 언덕을 지나는 길에 하얀 옷을 입은 한 소녀를 발견했다. 소녀는 바위 위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운치는 처음에는 그냥 지나치려 했으나,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궁금증이 생겼다. 그는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낭자, 이 외진 곳에서 무슨 일로 이렇게 슬퍼하고 있습니까?"


소녀는 잠시 울음을 멈추고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저는 맹 어사의 딸입니다. 새어머니가 저를 미워하여 아버지께 거짓말을 하고 저를 죽이려 합니다. 너무 억울하고 두려워 울고 있었습니다."


소녀의 사연을 들은 운치는 깊은 연민을 느끼며 그녀를 위로했다.


"낭자, 부모님께 받은 몸을 함부로 하여서는 안 됩니다. 함께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지요."


운치는 소녀를 다정히 위로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대나무 숲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소녀와 헤어질 때 운치는 다시 만날 약속을 하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다음 날, 운치는 서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다시 소녀를 만났다. 그녀는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자님, 오늘도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소녀는 환한 미소로 운치를 맞이했다. 운치는 그녀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서당으로 향했다. 서당에서 스승인 윤공은 운치를 보자마자 말했다.


"오는 길에 무언가 특별한 경험을 했겠구나. 그 소녀는 여우 요괴일 가능성이 크다. 오늘 밤 그녀를 다시 만나거든 그녀의 입속에 숨겨진 구슬을 빼앗아라. 그것이 너의 운명을 바꿀 것이다."


운치는 스승의 말에 놀라면서도 이를 따르기로 했다. 수업이 끝난 후, 운치는 약속대로 소녀를 만났다. 소녀는 운치를 대나무 숲으로 데려갔고, 두 사람은 다시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운치는 스승의 말을 떠올리며 소녀의 입을 유심히 살폈다. 그녀의 입속에는 반짝이는 구슬이 있었다.


운치는 조심스럽게 소녀에게 말했다.


"낭자, 당신과 혼인하여 함께 백년해로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구슬이 당신의 소중한 것이라면 잠시만 저에게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소녀는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운치의 진심 어린 말에 마음이 움직여 입을 열어 구슬을 보여주었다. 운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구슬을 삼켜버렸다.


소녀는 깜짝 놀라 울부짖으며 말했다.


"그 구슬은 내 것입니다! 돌려주세요!"


그러나 운치는 구슬을 삼킨 후 달아나는 소녀를 바라보며 멋쩍은 마음으로 서당으로 돌아갔다. 윤공은 운치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너는 여우의 정기를 삼켰다. 이를 통해 하늘의 운행과 땅의 이치를 꿰뚫게 될 것이며, 변화무쌍한 능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면 화를 부를 것이니, 항상 신중함을 잊지 말아라."


운치는 그제야 자신이 특별한 운명을 맞이했음을 깨달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운치는 평범한 소년에서 벗어나 천지의 이치를 꿰뚫는 도술의 대가로 거듭났다.


사람들은 그를 이제 전우치라 부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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