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가 열다섯 살이 되었을 때, 그는 시와 문장을 짓는 능력이 뛰어나 당나라의 대시인 이백조차 무색하게 할 정도였고, 그의 서예는 왕희지에 견줄 만큼 빼어났다. 여우의 구슬을 삼킨 이후로는 일흔두 가지의 변화술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마침 국가에서 소과 시험이 열리자, 전우치는 서책을 들고 시험장에 들어가 글을 지어 올렸다. 그의 문장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마침내 장원으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사흘 동안 온 거리를 돌아다니며 축하받았고, 집에 돌아와 어머니 최부인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최부인은 크게 기뻐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너의 부친께서는 생전에 과거 시험을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오늘 네가 장원이 되어 돌아오니 얼마나 기쁜 일이냐."
전우치는 어머니의 격려를 받으며 이후 명산대천을 찾아다니며 자연의 이치를 탐구했다. 그러던 중 세금사라는 큰 절에 도착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천여 명의 승려가 머물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거미줄로 덮인 폐허가 되어 있었다. 전우치는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인근의 성림사로 내려가 노승을 만나 그 이유를 물었다. 노승은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세금사와 이 절에는 천 명이 넘는 승려가 있었으나, 몇 해 전부터 갑작스러운 재난이 두 번이나 덮쳤네. 사람들은 두려움에 흩어졌고, 이곳에는 이제 우리 노승 다섯 명만 남았네."
전우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분명 요괴가 깃들어 있겠군요."
그는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전했으나, 최부인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절에 요괴가 있다니, 제발 조심하거라."
하지만 전우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불범정(邪不犯正)이라 했습니다. 바르지 못한 요괴는 정당한 이를 건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 말을 남기고 전우치는 세금사로 향했다.
길을 걷던 중, 층암절벽 위에 서 있는 갈건을 쓰고 베옷을 입은 한 노인을 발견했다. 노인은 명아줏대로 만든 청려장을 짚고 고요히 서 있었다. 전우치는 예를 갖추며 말했다.
"이렇게 험한 절벽에 서 계시니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무슨 이유로 여기에 계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줄 것이 있어 여기 있노라."
그는 소매에서 부용승과 부적 한 장을 꺼내 전우치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것들이 언젠가 너에게 필요할 것이다. 잘 간수하도록 하여라."
전우치는 노인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고, 노인은 이내 구름처럼 사라졌다. 전우치는 그 길로 세금사에 도착했다. 그는 절의 방장에 들어가 시동에게 방을 깨끗이 청소하도록 지시한 뒤, 밤이 깊어 삼경이 되었을 때 서책을 읽고 있었다. 갑자기 문이 열리며 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화려한 용모를 지녔으며, 모란이 이슬을 머금은 듯한 얼굴에 우아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전우치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
"이 밤중에 어디에서 오셨습니까? 어찌 이 늦은 시간에 여인이 이곳에 들어오셨습니까?"
여인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는 본래 양반의 딸로 남편을 따라 장양 태수의 관청으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적을 만나 가족이 모두 죽고, 저만 홀로 살아남아 길을 떠돌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피곤해 이 불빛을 보고 인가인 줄 알고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부디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전우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연민을 느꼈다.
"저도 빈한한 집안이라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하였습니다. 오늘 낭자를 만난 것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백년해로의 인연을 맺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여인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고, 전우치는 그녀와 함께 술을 나누며 밤을 보냈다. 그러나 전우치는 그녀를 의심하며 준비해 둔 부적을 사용해 그녀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구미호였다.
"용서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천서 세 권이 있습니다. 제 목숨을 살려주시면 그 책을 드리겠습니다."
전우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천서를 손에 넣기 위해 그녀를 완전히 제압했다. 천서를 손에 넣은 후 전우치는 그 첫 번째 책을 펼쳐 밤새워 내용을 모두 통달했다. 이로 인해 그의 능력은 더욱 강력하고 변화무쌍하게 발전했다.
전우치는 스승 윤공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새롭게 얻은 능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운명은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전우치의 모험은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