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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의 이름이 온 세상에 퍼지다

전우치전_4편

by 김형범

전우치는 깊은 산중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은둔자였다. 그는 수련과 명상을 통해 초인적인 능력을 얻어 세상을 초월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정의를 실현하고 약자들을 돕고자 하는 뜨거운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날, 전우치는 깊은 슬픔에 잠긴 백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고개를 떨군 채 흐느끼고 있었다.


"어르신, 무슨 일이십니까?"


노인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내 자식이 억울하게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다네. 나이 칠십에 자식 하나를 두고 살아왔건만, 이제 그 아이마저 잃게 생겼다네."


전우치는 노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사연을 들려주십시오.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겠습니다."


노인은 아들의 연애와 그로 인해 벌어진 살인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았다. 진범은 권력자의 비호를 받는 또 다른 남자였으나,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는 노인의 아들이었다.

전우치는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진실을 밝혀드리겠습니다."


그는 곧바로 진범을 쫓기 위해 왕씨로 변신했다. 사건 현장에 나타난 전우치를 본 권력자 양문기는 충격에 휩싸였다.


"이럴 수가! 죽은 줄 알았던 그가 여기 있단 말인가?"


전우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실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네 죄를 모두 자백하라."


양문기는 끝내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었고, 노인의 아들은 누명을 벗고 풀려났다.

전우치는 길을 걷다 한적한 시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돼지머리를 두고 한 무리가 싸우고 있었다. 그는 다투는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싸우는 겁니까?"


한 남자가 답했다.


"관리라는 자가 자신의 권력을 믿고 물건을 강탈하려 해서 그렇습니다."


전우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돼지머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손가락을 휘저으며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돼지머리가 살아 움직이며 관리에게 달려들었다. 공포에 질린 관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전우치를 칭송했다.


다른 마을에 도착한 전우치는 사치스러운 연회에 참석했다. 권력자들과 명기들이 어울려 술을 마시며 교만하게 굴고 있었다.


"이 연회에 초대받지 않았지만, 잠시 구경해도 괜찮겠습니까?"


전우치가 예의를 갖춰 물었다.


권력자 중 한 명이 비웃으며 말했다.


"마음껏 즐기시오. 다만, 우리가 먹고 마시는 걸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오."


전우치는 웃으며 테이블에 앉았다.


"과일이 없는 걸 보니 이 연회도 별수 없군요."


"지금이 계절에 맞지도 않는 과일을 어찌 구하겠소?"


전우치는 초능력을 발휘해 복숭아와 포도, 수박을 가져왔다. 모두가 놀라워하며 그의 능력을 경탄했다. 이후 전우치는 그들의 교만을 벌하기 위해 그들의 몸을 마비시키고 반성을 유도했다. 놀란 권력자들은 그를 신선으로 여기며 용서를 구했다.


전우치는 또 다른 마을에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장계창이라는 청년을 만났다. 그는 감옥에 갇혀 처형당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전우치는 바람으로 변해 장계창을 감옥에서 구출했고, 조정에 상소해 진실을 밝혀냈다. 마침내 장계창은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길을 걷던 전우치는 한재경이라는 남성을 만났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버지의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병든 노모를 봉양할 길도 없어 막막합니다."


전우치는 소매에서 마법의 족자를 꺼내 건네며 말했다.


"이 족자를 집에 걸고 '고직아!'라고 부르십시오. 그러면 필요한 은자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탐욕을 부리지는 마십시오."


한재경은 족자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르고 노모를 봉양했다. 하지만 은자를 더 요구하자 족자의 힘은 사라졌고, 그는 관가에 끌려가게 되었다. 전우치는 그를 깨우치고 다시 올바른 길로 인도했다.


전우치는 구름을 타고 떠돌던 중 왕실에서 벌어진 혼란을 목격했다. 창고의 쌀이 벌레로 변하고, 궁궐의 보물이 동물로 바뀌는 등 괴이한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었다.


"전우치의 소행이다!"


조정은 전우치를 의심하며 체포령을 내렸다.


전우치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며 왕실의 부패가 재앙의 원인임을 깨우쳤다. 그는 조정을 바로잡고 왕실이 다시 태평을 되찾도록 도와야겠다고 결심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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