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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의 궐내 소동과 선전관의 수치

전우치전_5편

by 김형범

전우치는 궐내에 나타나 "소신 전우치 자수하옵니다!"라고 외쳤다. 조정의 신하들은 그 소식을 임금에게 전했다. 임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놈이 환술(마법)로 온갖 소란을 일으켰으니 벼슬을 주어 통제하는 것이 낫겠다. 만약 다시 문제를 일으키면 그때 죽이면 될 일이다.’


임금은 전우치를 궐로 불러들였다. 전우치는 궐에 들어와 땅에 엎드려 사죄했다.


“소신의 죄는 죽어도 마땅하오니, 무슨 말씀을 더 드릴 수 있겠습니까?”


임금이 말했다.


“네 죄를 용서하고 벼슬을 내리니, 그 대신 반드시 충성을 다하라.”


임금은 전우치를 선전관으로 임명하고, 말과 마차를 관리하는 관직인 사복(馬車 관리 책임자)을 겸하게 했다. 전우치는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물러났다.


전우치는 궐내에 입직(근무)하면서 선전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했으나, 다른 선전관들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선전관들은 전우치에게 관례에 따라 허참(벼슬에 참여하는 신하가 선배 신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의식)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전우치는 이를 미루며 허락하지 않았다.


어느 날, 전우치는 선전관들에게 말했다.


“내일 아침, 해가 밝을 때 백사장으로 오십시오. 거기서 성대한 연회를 열겠소.”


다음 날, 선전관들은 좋은 말을 타고 백사장으로 향했다. 백사장에 도착하니, 반공(하늘의 절반)에는 푸른 천막이 펼쳐져 있었고, 양옆에는 화려한 장막이 쳐져 있었다. 풍악 소리가 울려 퍼졌고, 각종 맛있는 음식이 가득 차려져 있어 모두가 탄성을 내질렀다.


선전관들은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술이 취하자 전우치가 말했다.


“여러분, 아무리 좋은 술과 음식이 있어도 여흥을 함께할 여자가 없으니 뭔가 부족하지 않습니까?”


술기운에 취한 선전관들은 큰소리로 말했다.


“하하하! 과연 전 선전이로군! 네 뜻대로 해보게.”


전우치는 곧바로 하인들을 데리고 남문으로 달려갔다. 한 선전관이 웃으며 말했다.


“이 전 선전이 참으로 대단하구나. 그에게 큰 도적을 잡으라 해도 못할 일이 없겠어!”


얼마 후, 전우치는 수많은 여인들을 이끌고 백사장으로 돌아왔다. 여인들은 아름다운 옷을 차려입고 고운 자태로 연회장에 들어왔다.


“이제, 각자 한 명씩 앞에 앉혀 흥을 더해봅시다.”


전우치는 여인들을 선전관들 앞에 앉혔다. 하지만 이 여인들은 단순한 여인들이 아니었다. 사실 그들은 바로 선전관들의 부인이었다. 전우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선전관들 앞에 부인을 앉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전관 중 한 명이 아내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저... 저 여자가 내 아내 아니냐!”


이 말을 들은 다른 선전관들도 하나둘씩 눈을 뜨고 자신들의 부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얼굴이 새파래진 선전관들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전우치 놈이 감히 우리를 농락했구나!”


분노에 찬 선전관들은 술상을 걷어차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말을 타고 집으로 달려가는 선전관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수치가 서려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선전관들은 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어떤 집에서는 상복을 입은 가족들이 통곡을 하고 있었고, 어떤 집에서는 부인이 갑자기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부인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김 선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얘지며 소리쳤다.


“뭐라고?! 방금 전까지 멀쩡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김 선전이 경악하고 있을 때, 다시 하인이 급히 들어와 말했다.


“부인께서 깨어나셨습니다!”


김 선전은 급히 안채로 들어갔다. 안방에는 그의 아내가 멀쩡히 앉아 있었다. 김 선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오? 아까 분명히 돌아가셨다더니...”


부인이 말했다.


“꿈을 꾼 것 같아요.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저를 잡아내고 노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장옷을 덮어씌우고 말을 태워 어디론가 데려갔어요. 거기에 가보니 여러 부인들이 모여 있었고, 전우치가 앞에 앉아 우리에게 '수청하라'고 했소. 그때 선전관들이 다 들어와 우리를 보고는 얼굴이 굳어졌어요. 그때 정신을 잃었다가, 깨고 보니 집이었어요.”


김 선전은 말을 잃었다. 자신이 직접 목격한 장면과 부인의 말이 일치했다. 분노에 찬 김 선전은 소리쳤다.


“이 전우치 놈이 우리 가문을 능멸했구나! 이 치욕을 어떻게 씻을 수 있단 말이냐!”


다른 선전관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각 집의 부인들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집집마다 발상(부모나 아내의 죽음으로 장례를 치르던 상황)과 환생의 소동이 벌어졌고, 선전관들은 혼란과 분노에 빠졌다.


전우치는 그날 이후 궐내에서 더욱 유명해졌다. 선전관들은 그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조정의 관료들은 함께 말했다.


“전우치가 궐에 들어와 우리의 가정을 욕보였소! 이놈을 잡아야 우리 명예를 지킬 수 있소!”


그러나 전우치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과오를 뉘우쳤다.


‘나라에 죄를 지었음에도 임금의 은혜로 벼슬을 받았으니, 나의 행동을 뉘우쳐야겠다.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고 충성을 다해야 한다.’


전우치는 그때부터 선전관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그는 사복시에서 말을 관리하며, 말의 건강을 철저히 신경 썼고, 병이 나지 않도록 했다. 조정의 신하들은 그의 변화를 눈여겨보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로써 전우치는 궐내에서 큰 소동을 일으켜 관료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그는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진정한 충성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전우치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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