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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치의 염준 생포와 적의 항복

전우치전_6편

by 김형범

가달산에 염준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는 남다른 용맹과 뛰어난 무예로 세간에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수천 명의 산적 무리를 모아 산채를 세우고, 마을과 군현을 습격해 군수품과 재물을 약탈했다. 그의 소문이 널리 퍼지자 백성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지방 관아들도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지방 관아의 감사가 임금에게 이 사태를 보고하자, 임금은 크게 걱정하며 신하들에게 물었다.


“저 염준이란 자가 이렇게 강성한데, 누가 나서서 이 반역자를 소탕할 것인가?”


그러나 신하들 중 누구도 나서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 전우치가 나서서 말했다.


“소신(小臣) 전우치, 천은(하늘의 은혜)을 입은 몸이니, 비록 재주가 부족하오나 염준의 머리를 베어 전하의 근심을 덜어드리고자 합니다.”


임금은 크게 기뻐하며 신하들에게 물었다.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신하들 모두 전우치의 용기를 칭찬하며 그를 지지했다.


임금이 말했다.


“군사를 얼마나 동원할 것이냐?”


전우치가 대답했다.


“도적의 세력을 알지 못한 채 섣불리 군사를 움직였다가는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먼저 신이 홀로 가서 적의 실태를 파악한 후에 병력을 동원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임금은 전우치의 말에 동의하며 인검(명령을 어길 시 보고 없이 처형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검)을 내려주며 말했다.


“네 뜻대로 하라. 자유롭게 명령하고 군을 통솔하라.”


전우치는 임금에게 절을 올리고 궁을 나섰다.


그날 밤, 전우치는 구름을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 어머니를 뵈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적의 허실을 모른 채 나서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다. 반드시 조심하고, 군주와 어머니의 뜻을 저버리지 말아라.”


어머니의 당부를 가슴에 새긴 전우치는 다시 수도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그는 포교(범인을 잡는 관리) 열 명을 데리고 감영으로 향했다. 감영에 도착하자 포교들에게 대기하라고 명하고, 자신은 홀로 가달산을 향했다.


전우치는 신술(신비한 술법)을 사용해 독수리로 변신해 하늘을 날았다. 그는 가달산 위를 날아가며 염준의 진영을 살폈다. 염준은 백마를 타고 붉은 옷을 입고 있었으며, 좌우에는 미녀들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 염준은 사냥을 즐기고 있었고, 장수들에게 명령했다.


“오늘 저녁, 각지에 나갔던 장사들이 돌아올 것이다. 내일은 소 10마리를 잡아 성대한 잔치를 벌이도록 하라.”


이 말을 들은 전우치는 염준의 생김새와 주변의 상황을 유심히 살폈다. 염준의 체격은 크고 눈은 방울처럼 빛났으며, 수염은 바늘을 엮어 세운 것 같았다. 전우치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기막힌 계략이 떠올랐다.


그는 술법을 사용해 나뭇잎을 신병(신령한 군사)으로 바꾸었다. 나뭇잎이 사람으로 변하더니 모두 창과 검을 들고 진을 치기 시작했다. 전우치는 쌍봉(쌍으로 장식된 봉황) 투구를 쓰고, 붉은 비단 전포(전투복)를 입고, 인검을 들고 말을 탔다.


그는 적의 동문으로 돌진해 술법을 외웠고, 닫혀 있던 성문이 스르륵 열렸다. 전우치는 군사를 이끌고 적의 진영으로 진입했다. 염준의 진영은 온갖 물자가 풍부해 번화했다. 그는 적의 배치와 움직임을 세밀히 파악했다.


전우치는 다시 수리로 변신해 후원으로 날아갔다. 후원에서는 염준이 황금 의자에 앉아 제장(부하 장수)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었고, 수백 명의 미녀들이 술상을 받들고 있었다. 전우치는 술법을 부려 하늘에서 수리 떼를 내려보냈고, 수리들은 군사들의 술상과 음식을 전부 빼앗아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 순간, 광풍(거센 바람)이 몰아쳐 모래와 자갈이 휘날렸고, 병사들은 모두 땅에 쓰러졌다. 염준도 바람에 날려 나무에 몸을 기대며 정신을 잃었다.


다음 날, 염준은 말을 타고 진영 밖으로 나와 외쳤다.


“전우치는 어서 나와 내 칼을 받아라! 오늘은 반드시 승부를 가르겠다!”


이 소리에 전우치가 말에 올라 달려 나왔다. 두 사람은 칼과 창을 휘두르며 격렬히 싸웠다. 두 장수의 무예는 모두 뛰어났다. 30합을 넘게 싸우는 동안, 승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염준의 창술에 빈틈이 보였다. 전우치는 적의 허점을 간파하고 말했다.


“네 목숨을 살려주려 했으나, 더는 참을 수 없구나!”


전우치는 인검을 들어 염준을 향해 내리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자를 죽이기보다 생포하는 것이 낫겠다.’


그는 하늘로 올라가 구름 속에서 번개처럼 내려와 염준의 목에 칼을 댔다. 염준이 기겁하며 손을 들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전우치는 그를 결박하고 본진으로 보냈다. 염준의 군사들은 모두 손을 들어 항복했다. 전우치는 말했다.


“너희들이 반란에 가담했으니 죽어 마땅하나, 이번만은 용서하겠다.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지어 백성이 되거라.”


군사들은 고두재배(이마를 바닥에 대고 절하는 것)하며 감사를 표했다.


염준을 생포한 전우치는 수도로 돌아갔다. 임금이 그를 불러 공을 치하했다. 전우치는 임금 앞에서 전투의 전말을 낱낱이 보고했다.


임금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경의 공이 크도다! 앞으로도 충성을 다하라.”


전우치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감히 어찌 전하의 은혜를 잊겠습니까?”


임금은 전우치에게 많은 상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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