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가 경성으로 돌아온 후, 조정의 모든 신하들이 그의 성공을 축하했다. 하지만 선전관들만은 유독 그를 외면했다. 이는 백사정에서 허참 사건 당시, 전우치 때문에 그들의 아내들이 창기(기생)로 오해받았던 일을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우치는 이 사실을 알고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그들을 골탕 먹일 계획을 세웠다. 어느 날 밤, 달빛이 밝고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고요한 시간에 전우치는 오운(구름 다섯 개)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는 신장(신의 장수)과 귀신들, 그리고 다양한 괴물들을 불러 모았다.
전우치는 신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당장 가서 모든 선전관들을 잡아오너라!"
신장들은 곧 명령을 받아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선전관들을 잡아왔다. 졸지에 끌려온 선전관들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어두운 장소에 서 있었다. 그곳은 음산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전우치는 구름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신장들과 괴물들을 좌우에 세운 후, 큰 소리로 외쳤다.
"모든 죄인들을 법정으로 세워라!"
신장들은 즉시 선전관들을 하나씩 법정에 세웠다.
선전관들은 공포에 질려 땅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못했다. 두려운 마음에 살짝 눈을 들어보니, 좌우에는 귀신들의 왕과 신장들이 엄숙히 서 있었다. 그 위엄에 숨조차 크게 쉴 수 없었다.
전우치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날 내가 너희 아내들을 잠시 데려다 쓴 일이 있었으나, 그것 때문에 나를 무시하다니 참으로 치졸하다. 너희들을 지옥에 보내고 싶었으나, 낮에는 조정의 일로 바쁘고 밤에는 하늘의 일을 돌보느라 미뤄왔다. 그러나 오늘은 참을 수 없다. 너희들을 풍도의 지옥으로 보내 고통받게 하고, 죄를 다 씻을 때까지 고생하게 하겠다."
전우치는 신장들에게 명령했다.
"이 죄인들을 풍도로 압송하여 염라대왕에게 넘기고, 그들이 팔만 겁 동안 고통받게 하라. 죄가 다 씻기지 않으면 짐승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라."
선전관들은 겁에 질려 머리를 땅에 박고 애원했다.
"우리가 어리석어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같은 조정의 동료라는 의리를 생각해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전우치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원래라면 너희들을 풍도에 보내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우리 사이의 인연을 생각해 이번 한 번은 봐주겠다. 하지만 다시 내게 불손하게 굴면 그땐 용서하지 않겠다."
전우치는 신장들에게 명령했다.
"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라!"
신장들과 괴물들은 선전관들을 강제로 끌고 나갔고, 선전관들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땀에 젖은 채 자기 집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음 날, 선전관들은 서로의 꿈 이야기를 나누며 놀라워했다.
"이거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어젯밤 꿈이 너무 생생해서 진짜처럼 느껴졌어."
"맞아, 나도 같은 꿈을 꾸었어. 귀신들이 우리를 심판하고, 전우치가 구름 위에서 재판관으로 있었지."
"나도 똑같은 꿈을 꿨어!"
이야기를 나눠보니, 꿈의 내용이 완벽히 똑같았다.
"이건 전우치의 술법이 틀림없어. 우연히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그 후로 선전관들은 전우치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를 조롱하고 무시하던 태도는 사라졌고, 이제는 각별히 존경하며 공손히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