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23년 개봉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한국계 미국인의 삶을 통해 사랑과 정체성, 그리고 운명을 탐구합니다. 이 영화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비평가들의 호평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측면, 즉 현대 영화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자에 대해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패스트 라이브즈(2024)_한국포스터
'패스트 라이브즈'는 분명 좋은 의도를 가진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뛰어난 작품이 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오리엔탈리즘적 요소 때문입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인들이 동양을 바라보는 편향된 시각을 일컫는 말입니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적 요소는 주제에 깊이 닿아 있습니다. 인연이라는 주제는 우리에게는 이제는 식상한 주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 눈에 이 영화는 새로움으로 각인이 되었습니다.이 영화에서 오리엔탈리즘을 제외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을 영화인가에 대해서 의문점이 듭니다. 저예산 영화 특유의 앵글과 매끄럽지 못한 편집이 눈에 띕니다. 또한 외국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연기, 특히 남자 주인공의 연기는 우리 눈에는 정말 어색해 보입니다. 그 어색함이 영화 내적인 부분이 아니라 배우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이죠. 이러한 약점을 가려주는 것이 바로 오리엔탈리즘입니다.
영화 속 여주인공이 영국 토크쇼에서 언급한 한국 속담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서 털이 난다"는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적 접근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 속담을 체홉의 작품과 연결 짓는 시도는 너무나 어색하고 부자연스럽습니다. 이는 한국 문화의 깊이 있는 이해 없이 표면적인 해석만을 시도하는 오리엔탈리즘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 속담의 본래 의미는 감정의 급격한 변화를 경계하는 것이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왜곡하여 서양 관객들에게 '이국적인 것'으로 제시합니다. 체홉의 작품과 연결 짓는 시도는 오히려 한국 문화의 고유성을 희석시키고, 서양의 문학적 틀 안에서 이해하려는 오리엔탈리즘적 접근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접근은 영화가 한국 문화를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문화적 고정관념을 강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속담의 의미를 왜곡하고 서양의 문학과 억지로 연결 짓는 것은 한국 문화의 독특성과 깊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완전히 가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여전히 감동적인 순간들과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이런 작품을 감상할 때, 그 이면에 숨어있는 문화적 편견이나 단순화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가 만들어지게 된 시작점은 감독이 오래전 고향(대한민국) 친구가 뉴욕에 찾아와 남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였다
영화는 문화 간 소통의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영화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동시에 영화가 때로는 의도치 않게 문화적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해야 합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우리에게 좋은 영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문화를 어떻게 표현하고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셀린 송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서, 이 작품은 그녀의 재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셀린 송 감독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정말 기대됩니다. 꼭 한국 문화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그녀가 자신만의 시각과 스타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독으로서 그녀의 성장과 새로운 시도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
예술가의 역할은 특정 문화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비전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셀린 송 감독이 앞으로 어떤 주제를 선택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궁금합니다. 그녀가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더욱 다채롭고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영화는 결국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경험을 다루는 매체입니다. 셀린 송 감독이 앞으로 만들 영화들이, 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녀의 성장과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