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낭만이 만들어낸 괴물

메리 셸리가 남긴 이상과 현실의 충돌

by 김형범

프랑켄슈타인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진 이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덩치 크고 흉측한 괴물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그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의 이름이었습니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적인 호러 소설의 원형이자 과학이 인간성과 충돌할 때 어떤 비극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단지 무서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메리 셸리라는 작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메리 셸리는 당대의 관습과 억압을 거부한 자유로운 영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무정부주의 사상가 윌리엄 고드윈이었고, 어머니는 여성 해방을 주장한 선구적인 페미니스트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였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를 잃었고, 아버지의 강한 사상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수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지식인들을 만나며 사상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녀의 삶은 지적이고도 격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은 낭만주의 시인 퍼시 셸리였습니다. 퍼시 셸리는 귀족 출신의 시인이었지만, 기존의 사회 규범과 관습을 거부하고 자유와 사랑을 추구했습니다. 문제는 퍼시가 이미 결혼한 유부남이었다는 것입니다. 메리는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두 사람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도피를 선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엄청난 사회적 비난을 받아야 했고, 심지어 아버지로부터도 버림받았습니다.


그러나 메리와 퍼시는 서로에게 영혼의 동반자가 되어 서로를 지지하고 창작의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메리는 자신을 끊임없이 격려해 준 퍼시의 도움을 받아 1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의 탄생 배경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습니다. 당시 메리와 퍼시는 또 다른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과 함께 스위스의 빌라 디오다티에서 여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바이런이 무서운 이야기를 써보자는 제안을 하며 시작된 글쓰기 경쟁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메리 셸리의 인생은 단지 낭만과 열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사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비난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어린 나이에 태어난 첫 아이는 조산으로 인해 생후 얼마 되지 않아 죽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도 두 명의 아이를 잃었고, 결국 남편 퍼시마저 바다에서 익사하는 비극을 겪어야 했습니다. 낭만을 꿈꾸며 살았지만, 그녀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도 잔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낭만과 자유라는 이상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파괴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이러한 그녀의 인생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입니다. 과학자 프랑켄슈타인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은 메리 셸리가 자신의 삶에서 겪었던 낭만주의적 열망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창조물이 괴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은 그녀가 겪은 비극적인 현실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히 낭만주의를 비판하거나 과학을 경계하는 메시지로만 읽히기에는 부족합니다. 메리 셸리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바로 낭만과 현실의 충돌 속에서 인간이 겪게 되는 고통과 방황이었습니다. 그녀는 낭만주의적 신념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얼마나 무자비하게 왜곡될 수 있는지도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히 과학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그것은 메리 셸리 자신이 경험한 삶의 비극을 바탕으로, 낭만이라는 이상과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고자 했던 고백이자 성찰입니다. 낭만주의와 과학주의라는 상반된 세계 사이에서 자신을 긍정하면서도 동시에 저주한 메리 셸리의 고통과 방황이 이 작품의 본질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 소설을 통해 자신이 추구했던 낭만이 얼마나 아름답고도 잔혹한 것이었는지를 고백하며, 인간이 가진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 결국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지금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만큼 이 작품은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메리 셸리라는 작가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면서도 동시에 저주했습니다. 그 복잡한 감정이야말로 이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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