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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리가 따라다닌다?

죽음에서 구해준 어부만 졸졸 쫓는 ‘신디’ 이야기의 진실

by 김형범

호주의 바닷가 마을 어딘가에,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는 한 어부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고물 속에서 죽어가던 백상아리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백상아리, 이름만 들어도 영화 '조스'가 떠오르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생명체죠. 그런데 이 어부는 그 백상아리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간신히 그를 건져낸 이 상어는 이후 어부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어에게는 이름도 붙여졌습니다. '신디'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이 거대한 백상아리는 어부의 배를 따라다니며, 심지어 배가 멈추면 수면 위로 올라와 어부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고 합니다. 마치 강아지처럼 지느러미를 흔들며 다가오고, 어부가 쓰다듬어주면 눈을 돌리며 기분 좋아하는 듯한 행동까지 한다는 이야기가 퍼졌습니다.


처음엔 감동적인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무시무시한 포식자가 인간에게 정을 느끼고, 그 구원의 손길을 기억해 따르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이내 웃픈 현실이 이어집니다. 신디가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어부는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됩니다. 신디가 근처에만 나타나면 물고기들이 전부 도망가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는 몇 번이나 신디를 멀리 떼어놓으려고 노력했지만, 신디는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았습니다. 마치 버려진 애완동물처럼 다시 찾아와 옆에 머무르곤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국내외 SNS와 여러 외신들을 통해 마치 실화처럼 퍼져나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디와 어부’의 우정에 감탄하거나, 무서운 백상아리가 귀엽게 느껴지는 이 반전 매력에 빠졌죠. ‘조스’에 대한 기억을 뒤엎는 새로운 백상아리 이미지랄까요. 하지만 이 따뜻하고도 이상한 동행의 정체는 사실 2006년 프랑스 낚시 전문 잡지에 실린 만우절 농담에서 비롯된 이야기였습니다.


즉, 신디는 실존하는 백상아리가 아니라, 아주 잘 만들어진 거짓말 속 등장인물이었습니다. 프랑스의 한 기자가 꾸며낸 이 이야기는 너무 그럴듯했고,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따질 겨를도 없이 빠르게 감정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이후 이 이야기는 여러 매체에서 진실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쓰였고, 오늘날까지도 "믿거나 말거나"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무서운 포식자와 인간 사이에도 감정과 유대가 있을 수 있다는 판타지, 그리고 예상 밖의 동물 캐릭터에 대한 흥미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입니다. ‘신디’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엔 아주 생생하게 살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구원받고, 또 누군가를 따라가고 싶은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상어든, 사람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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