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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다시 묻는 사람들

디지털 시대, 디자인 씽킹이 길을 찾는 방식

by 김형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기술이 사람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보다 ‘왜 만들 것인가’,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접근 방식이 바로 디자인 씽킹입니다.


디자인 씽킹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단순한 디자인 기법이 아닙니다. 본질은 사람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사고 방식입니다. 다시 말해, 기술이나 효율성보다 먼저 인간의 경험과 감정, 필요를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해결책을 도출해나갑니다.


이 과정은 다섯 단계로 구성됩니다:

공감(Empathize), 문제 정의(Define), 아이디어 도출(Ideate), 시제품 제작(Prototype), 테스트(Test).


이 방식이 특별한 이유는, 복잡하고 정답이 없는 문제 앞에서 우리가 흔히 놓치는 ‘사람의 목소리’를 다시 중심으로 데려오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버튼의 위치를 설계할 때, 그저 법적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의 눈높이, 팔 길이, 습관까지 고려해야 진정으로 쓸모 있는 제품이 됩니다. 디자인 씽킹은 이처럼 기술과 감성, 실행과 공감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냅니다.


디자인 씽킹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문제가 정말 중요한 문제인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묻지 않습니다. 그러나 디자인 씽킹은 첫 단계부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공감하며, 질문을 던지는 일로 시작됩니다. 때로는 처음 상정했던 문제보다 더 본질적인 이슈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또한, 디자인 씽킹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시제품을 만들고, 실험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시 개선하는 반복 과정 속에서 실패는 과정의 일부이자 학습의 기회가 됩니다.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실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변화와 불확실성이 큰 현대 사회에서 더욱 가치 있게 작용합니다.


디자인 씽킹은 더 이상 디자이너나 창작자만의 도구가 아닙니다. 교육, 복지, 행정, 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과 문제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모든 순간에, ‘사람을 향한 질문’으로 다시 출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기술은 효율을 높이지만, 사람은 의미를 만듭니다. 디자인 씽킹은 이 둘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하이브리드 스킬입니다. 우리가 만든 것들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가도록, 사람의 입장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답을 찾는 이 과정은 그 자체로 시대가 요구하는 ‘사유의 기술’이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새로운 문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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