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착각, 인간의 직관

틀림없이 맞는데, 어딘가 이상한 AI의 판단

by 김형범

AI가 만들어내는 글이나 이미지, 혹은 판단을 보고 우리는 종종 놀란다. 때로는 “이걸 정말 기계가 했다고?” 싶은 수준으로 정교하고 인간적인 결과물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놀라움 뒤에는 묘한 불편함이 따라온다. 뭔가 이상하다.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비어 있고, 어딘가 틀려 있다. 이 감각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직관’이 감지하는 미묘한 어긋남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하고, 그 안에서 가장 ‘그럴듯한’ 결과를 생성해낸다. 예를 들어,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때 AI는 “이런 질문에는 이런 식의 문장이 따라온다”는 통계적 패턴을 기반으로 답을 구성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그럴듯함’이 반드시 진실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책이나 논문을 그럴싸하게 만들어내고, 실제 역사와는 전혀 다른 사건을 사실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이 오류들은 마치 진짜처럼 보여서 더 위험하다. 우리는 그럴듯한 말이 반드시 맞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AI는 그 차이를 모른다.


반면 인간은 다르다. 인간은 때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도 ‘이상함’을 감지한다. 누군가의 말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그럴듯해 보여도, 어딘가 낯설거나, 의도가 의심되면 우리는 멈추고 다시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직관이다. 직관은 오랜 경험과 감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일종의 복합적 감지 시스템이다. 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삶을 살아온 시간에서 비롯되는 감각이다.


AI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 착각이 착각인지 모른다. 인간은 착각을 해도 그걸 인지하고, 반성하고, 다음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착각은 인간에게 있어 오히려 학습의 기회가 된다. 실수로부터 배우고, 의심을 품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힘. 그것이 인간의 사고다. 그러나 AI는 착각을 반복하며,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외부의 지적 없이는 인식하지 못한다.


이 차이는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 AI는 진실을 찾는 게 아니라, 그럴듯해 보이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설계되었다. ‘진실이 아닌 그럴듯함’이라는 이 철학은 AI의 모든 작동 원리에 깔려 있다. 챗봇은 실제로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럴 때 사람들이 기대하는 답변’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를 뿐이다. 이미지 생성 AI 역시 ‘이 키워드로 생성된 이미지 중에서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모양’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틀렸는지, 정확한지는 판단 기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때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이건 뭔가 이상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직관이 가진 힘이다. 감정, 경험, 그리고 수많은 삶의 맥락 속에서 길러진 이 감각은, 단순히 정보 처리 능력 이상의 지능을 구성한다. 직관은 ‘알고 있다’는 느낌을 넘어 ‘느껴진다’는 차원에서 작동하며, 많은 경우 그것이 우리를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구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AI의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역할을 이야기하게 된다. 빠르고 정확한 기술의 시대일수록, 설명할 수 없지만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의 직관은 더욱 중요해진다. AI는 정답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질문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꿰뚫는 능력은 인간의 것이다. AI는 스스로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의심하고, 멈추고, 돌아보고, 다시 시작한다. 바로 그 점이 우리가 기술과 구별되는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


틀림없이 맞는데 어딘가 이상한 AI. 그리고 때로 틀릴지라도 결국 진실에 가까워지는 인간. 이 둘의 차이는 단지 정보 처리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다움의 중요한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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