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벌레들이 유리병을 짝으로 착각한 사연
호주 어느 시골 도로 옆에 맥주병이 나뒹굴고 있던 평범한 아침이었습니다. 밤새 파티가 있었는지 이곳저곳에 버려진 병들이 널려 있었고, 그 위로 벌레 몇 마리가 기어다니고 있었죠. 하지만 두 명의 생물학자는 그 평범한 풍경 속에서 이상한 광경을 발견합니다. 맥주병을 향해 몸을 부비고 있는 딱정벌레 무리. 그들은 마치 병에 반한 듯 보였습니다.
벌레들이 맥주를 마시려는 것도 아니고, 병 안에 먹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행동을 계속했습니다. 생물학자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이 벌레들이 바로 멸종 위기종으로 알려진 '거대보석딱정벌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놀랍게도 이 딱정벌레들은 수컷이었고, 병을 암컷으로 착각해 짝짓기 행동을 시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들의 행동은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맥주병의 갈색 광택, 매끈한 곡선, 점처럼 패인 자국들이 모두 실제 암컷 벌레의 외형과 비슷했던 것이죠. 아니, 오히려 더 과장되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딱정벌레 입장에서 보면 완벽한 이상형이었습니다. 작은 암컷보다 훨씬 크고 빛나는 매력을 가진 이 맥주병은 수컷들을 단번에 매혹시켰습니다.
문제는 이 수컷들이 실제 암컷에게는 더 이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맥주병에 머무르며 짝짓기를 시도하고, 다른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개체 수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후, 호주 정부는 결국 특정 디자인의 맥주병을 금지하기에 이릅니다. 수컷 딱정벌레의 ‘이상한 사랑’을 막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 황당하면서도 조금 안쓰러운 이야기는 과학적으로도 ‘슈퍼자극’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됩니다. 생물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자극을 과장한 것이죠. 그 자극이 원래보다 더 강력해지면, 진짜보다 가짜에 더 끌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딱정벌레 입장에서는 거절하는 암컷보다 반응 없는 병이 더 매력적이었던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