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교황
새로 선출된 교황의 얼굴은 어디선가 본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마치 웃는 것 같으면서도 눈물이 맺힌 듯했고, 기쁨보다는 무거운 근심이 깃들어 있는 얼굴이었습니다. 반대로 그를 뽑은 추기경들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차 있었죠.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이 장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교황은 저토록 무거운 얼굴이고, 추기경들은 오히려 안도하는 걸까. 어떤 커뮤니티에서는 이 장면을 두고 '극한의 조장 뽑기'라는 말까지 붙였는데, 처음엔 웃고 말았지만 알고 보니 그 표현이 꽤 정확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교황은 단지 종교적인 상징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10억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들의 영적 지도자이며, 바티칸 시국의 수반이기도 하죠. 이 자리는 영광으로 보이지만, 정작 그 무게를 실감하는 사람에게는 영광보다는 십자가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많은 추기경들은 교황 선출 과정인 콘클라베에 들어갈 때 속으로 '내가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감당해야 할 것이 크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 교황들의 말과 행동에서도 이 점이 잘 드러납니다. 요한 바오로 1세는 교황이 되었을 때 조카에게 '이제 위험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베네딕토 16세는 "단두대에 선 것 같았다"고 표현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선 직후 "하느님이 여러분을 용서해주시기를"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두가 기뻐하는 순간, 정작 당사자는 절망에 가까운 말을 남긴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교황직은 종신직이며, 한 번 시작되면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개인의 삶과 사생활은 사실상 사라지고, 전 세계의 도덕적 본보기로 살아가야 합니다. 실수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자리이니, 인간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새로운 교황이 입는 하얀 제의를 준비하는 방은 '눈물의 방'이라 불리는데, 그곳에서 많은 교황들이 실제로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게다가 교황은 교회 내 갈등과 전통, 정치적 압력, 국제 관계까지 조율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성직자 성범죄 대응, 여성의 역할, 기후위기 등 수많은 난제를 앞에 두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하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비판을 받을 것이고, 침묵해도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모든 걸 고려해보면, 왜 추기경들이 교황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단순히 자리가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희생과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교황이 되어야 할 사람은 그 자리를 두려워하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교황이 되었고, 그 부담을 껴안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겉으로는 하얀 제의와 권위 있는 발언이 그들을 빛나게 보이게 하지만, 그 이면에는 깊은 고독과 조용한 헌신이 있었습니다.
결국 교황이라는 자리는 명예나 권력이 아니라, 책임과 고독, 봉사의 상징입니다. 그래서 그 표정은 기쁨보다는 근심이, 웃음보다는 눈물이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