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억제를 위한 무시무시한 자동 보복 시스템
핵무기를 둘러싼 이야기는 언제나 긴장감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핵 공격’보다 더 무서운 것은, 누군가가 죽은 이후에도 자동으로 작동하는 복수 장치, 이른바 ‘데드맨스 스위치’입니다. 이 개념은 단순한 영화 속 장치가 아니라, 실제 냉전 시대에 만들어졌고 지금도 작동 중일 수 있는 실존적 시스템입니다. “죽어도 복수는 한다”는 한 문장이 전 인류를 위협하는 논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장치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두려움과 계산이 만들어낸 기이한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데드맨스 스위치란, 일반적으로 조종자나 사용자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자동으로 어떤 작동을 시작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원래는 기차 운전사나 전투기의 파일럿이 의식을 잃었을 때 위험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였지만, 냉전기 소련은 이 원리를 핵전쟁에 응용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페리미트르(Perimetr)’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자동 핵보복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서방에서는 이 시스템을 ‘데드핸드(Dead Hand)’라고 불렀습니다.
페리미트르는 단순히 보복용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핵전쟁이 발발해 소련의 지휘부가 전멸하거나 지휘통신망이 파괴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그 상태에서도 여전히 핵보복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입니다. 지하에 설치된 센서와 통신 장비가 핵폭발, 지진, 무선교신 두절 같은 복합적인 조건을 판단한 뒤, 그 기준을 만족하면 최종 승인을 받은 후 미사일 발사 명령을 자동으로 전송하는 구조입니다. 그야말로 사람이 죽은 후에도 시스템이 스스로 판단해 복수를 실행하는 ‘기계적 의지’가 구현된 것입니다.
이러한 시스템의 목적은 단순히 핵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전쟁을 막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누구도 선제공격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한 억제 전략의 일환이었죠. 핵전쟁이 일어나면 상대도 멸망할 것이라는 전제는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라는 이름의 공포 균형을 형성했고, 데드맨스 스위치는 그 균형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내포한 위험도 큽니다. 인간의 판단이 완전히 배제된 자동화된 보복 장치라는 점에서, 오작동이나 오해로 인한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냉전 시기에는 오탐지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양측이 거의 미사일을 발사할 뻔한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사람의 판단이 마지막에 개입되어 참사를 막았지만, 데드맨스 스위치가 작동했다면 결과는 상상하기조차 힘듭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시스템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러시아는 여전히 페리미트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도 유사한 자동 보복 체계를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는 데드맨스 스위치와 같은 자동화된 보복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핵무기 운용 체계가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제로는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결국 데드맨스 스위치는 인간의 감정이나 외교적 유연성이 아닌, 아주 냉정한 수학적 논리에 기반한 장치입니다. 상대가 나를 죽이면, 나는 죽어도 너를 죽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는 극단적으로 들리지만, 그런 공포야말로 지금껏 인류를 핵전쟁으로부터 지켜낸 아이러니한 방패였습니다. 문제는, 그 방패가 언제든 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의 군사 기술에 대한 흥미 때문만은 아닙니다. 데드맨스 스위치는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초월해 통제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경고이자, 평화는 결코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