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색은 라떼였다

별빛 수억 년을 섞었더니 나온 감성 베이지

by 김형범

우주를 색으로 표현해본 적 있는가. 별과 은하, 블랙홀과 초신성이 있는 그 광활하고 냉정해 보이는 공간을 물감처럼 하나로 휘저었을 때 나오는 색. 어쩐지 검거나 짙은 보라빛을 예상했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이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실제로 수십만 개의 은하에서 온 빛을 분석해 평균 색을 뽑아낸 결과다. 그리고 그 색은 놀랍게도… 라떼였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천문학자들이 2001년에 시도한 이 프로젝트는 얼핏 보면 감성적인 실험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매우 철저한 과학적 분석의 결과다. 그들은 무려 20만 개가 넘는 은하에서 오는 빛의 스펙트럼을 수집해, 각 빛의 파장을 계산하고 평균값을 냈다. 처음엔 약간 녹색을 띤 흰색이 나왔지만, 다시 계산해보니 연한 베이지색이 우주의 평균색으로 등장했다. 부드럽고 따뜻한, 딱 라떼를 연상시키는 색. 그래서 이 색의 이름은 ‘코스믹 라떼(Cosmic Latte)’다.


이 색의 의미는 단순히 예쁘다는 걸 넘는다. 이 빛들은 수억 년 전에 출발해 지금 우리의 망막에 도달한 것들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우주는, 시간 여행을 통해 날아온 빛의 흔적이다. 즉, 코스믹 라떼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수십억 개의 별, 수천억 년의 시간, 그리고 우주의 역사가 녹아 있는 감성의 덩어리다. 푸른 청색 왜성, 따뜻한 노란색 항성,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붉은 거성까지, 그 모든 빛이 한 데 섞여 이 부드러운 색이 된다.


우주의 평균색이 이렇게 감성적인 색일 줄 누가 알았을까. 하긴, 우주는 처음부터 ‘폭발’로 시작됐고, 그 이후로도 별은 끊임없이 태어나고 사라지며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으니까. 우리는 그 속에서 태어난 존재다. 결국, 우리는 라떼빛 우주에서 태어난 존재고, 라떼빛 우주를 바라보며 살고 있다.


어쩌면 지금 카페에서 마시는 라떼 한 잔이, 우주의 일부를 마시는 일일지도 모른다. 코스믹 라떼, 이름부터 따뜻하고 멋지다. 감성도 과학도 모두 담겨 있는 색. 우리 모두는 이 코스 라떼 같은 우주 속에서 아주 작은 존재로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이 우주는 생각보다 은근히, 아주 감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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