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GPT가 바꿔놓을 설계와 건축의 미래
처음엔 그저 재미있는 장난감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AI가 말을 알아듣고 레고 설계도를 만들어 준다는 ‘레고GPT’는, 얼핏 보면 그저 기술 좋아하는 사람들의 장난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블록 놀이를 넘어 실제 건축과 설계 분야에 놀라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입니다.
카네기멜론대학교 연구팀이 공개한 이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입력한 자연어 문장을 해석해, 그에 맞는 레고 구조물을 자동으로 설계합니다. “길쭉하고 유선형인 배”, “전면 그릴이 강조된 자동차”, “클래식 기타”와 같은 짧은 문장만으로도 실제로 조립 가능한 설계도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설계도는 단지 보기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무너지지 않고 튼튼하게 유지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레고GPT는 무려 47,000개 이상의 실제 레고 구조물을 학습했습니다. 이 구조물들은 모두 사람이 직접 손으로 조립할 수 있는 안정적인 형태만을 포함하고 있고, 중력과 물리적 안정성까지 고려해 설계됐습니다. 만약 설계 과정에서 불안정한 구조가 발견되면, AI는 그 지점부터 되돌아가 다른 방식으로 설계를 이어갑니다. 마치 경험 많은 장인이 한 땀 한 땀 다시 조립하듯 말이죠.
이 기술은 자기회귀 모델이라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다음에 어떤 블록을 어떤 위치에 놓아야 할지 순차적으로 예측해가며 조립하는 방식인데, 이런 점에서 대형언어모델이 문장을 예측해가며 만드는 구조와도 비슷합니다. AI가 ‘말의 흐름’이 아닌 ‘설계 흐름’을 배워나간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중요한 건 이 기술이 단순히 ‘장난감 만들기’를 넘어서,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구조물 설계에까지 응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의 AI 설계 기술은 멋진 외형은 갖추었지만, 정작 현실에 구현하면 무너지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레고GPT는 조립의 순서, 무게 중심, 충돌 여부까지 고려하는 방식을 통해, 현실 적용 가능성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가진 레고 브릭 사진을 AI가 분석해, 현재 가지고 있는 부품으로 만들 수 있는 설계안을 제시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은, DIY나 교육 현장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결국, ‘레고GPT’는 지금 당장은 작은 블록을 쌓는 데 쓰일지 모르지만, 그 기저에 있는 기술은 향후 건축, 제품 디자인, 시뮬레이션, 로봇공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말로 설계하고, AI가 구조를 검토하고, 로봇이 그 설계에 따라 실제로 지어 나가는 미래. 어쩌면 우리는 그 첫 단추를 이미 끼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쓸데없어 보이는” 기술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AI는 조용히 건축의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언어가 더 유창해졌을 때, 우리는 설계와 건축이라는 복잡한 영역에서 AI와 함께 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레고GPT는 그 미래의 전조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