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가 뿜어내는 생각지도 못한 의미들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같은 정보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내고, 활용의 범위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한 피자가게의 주문이 갑자기 늘었다는 단순한 사실이 세계 안보와 연결될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조금 과장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다음에 소개할 실제 사례는 그런 생각을 바꾸게 만들지도 모릅니다. 현실에서 벌어진, 마치 영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지난 6월 13일, ‘펜타곤 피자 리포트’라는 이름의 소셜 계정이 흥미로운 관측 결과를 올렸습니다. 미국 동부 시각 오후 6시 59분, 워싱턴DC 펜타곤 인근 거의 모든 피자 가게에서 주문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이 지나 이란 국영 TV는 테헤란 상공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고, 곧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피자 주문량이 ‘작전 임박’을 예고했다는 주장이 또 한 번 힘을 얻은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피자와 군사 작전의 관계를 추적하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1989년 파나마 침공 전날과 1991년 걸프전 직전에도 펜타곤 주변 배달량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구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피자 인덱스’ 혹은 ‘피자 미터’로 불리는 이 우스꽝스러운 지표는, 온라인 배달 앱과 실시간 지도 서비스 덕분에 점점 더 정밀한 오픈소스 인텔리전스(OSINT) 도구처럼 다뤄지고 있습니다.
피자가 군사 기밀을 누설한다는 말은 다소 과장처럼 들리지만, 공개 데이터를 엮어 숨은 패턴을 찾는 OSINT의 원리는 분명합니다. 2022년 2월, 구글맵 실시간 교통 정보에 찍힌 교통 체증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를 실제로 몇 시간 앞서 보여 줬던 사건을 떠올려 보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제대로 연결하면 거대한 움직임의 전조를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니까요.
물론 모든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국방부는 “건물 안에도 피자, 초밥, 커피 등 다양한 식당이 있다”면서 배달 트래픽과 군사 작전 사이의 직접적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부인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오히려 사람들은 “그렇다면 왜 반복적으로 같은 패턴이 보일까”라는 의문을 놓지 않습니다. 군사 기밀이 완벽히 보호되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소한 생활 데이터는 뜻밖의 ‘약한 고리’가 되기도 합니다.
결국 이 흥미로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사건의 전후 사정을 설명해 주지 않습니다. 해석과 연결, 그리고 맥락 부여가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평범한 배달 트래픽이 때로는 전쟁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실시간 지도 위 교통량이 침공 개시 시점을 알려 주듯, 우리는 이미 일상 곳곳에 흩어진 정보를 통해 세계의 변화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질수록, 그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이야기 역시 한층 더 복잡하고, 때로는 놀라울 정도로 드라마틱해집니다.
피자의 따뜻한 냄새가 전쟁의 냉혹한 기류를 알려 주는 세상. 중요한 것은 ‘정보가 많으냐 적으냐’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입니다. 오늘날 우리 앞에 펼쳐진 거대한 데이터의 바다도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해석이며, 그 해석이 곧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