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의 달이 더 큰 이유

뇌가 만들어낸 착각, 달 착시의 미스터리

by 김형범

어느 여름밤, 도시 외곽의 강변을 산책하던 중이었습니다. 강물에 어렴풋이 비친 달빛이 유난히 밝고 커다랗게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들어 지평선 너머로 막 떠오르는 달을 바라보니, 평소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온 듯한 인상이 들었습니다. 손으로 가리면 겨우 엄지손톱만 한 달이, 왜 이렇게 거대하게 보일까. 그 순간부터 머릿속엔 오래된 미스터리가 떠올랐습니다. 지평선 근처에 떠 있는 달은 왜 커 보일까? 이 현상은 단지 감성의 문제일까, 아니면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한 현상일까.


이 신기한 현상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고, 이를 ‘달 착시(Moon Illusion)’라고 부릅니다. 실은 달의 크기는 언제나 같습니다. 머리 위 하늘에 떠 있을 때나 지평선에 떠 있을 때나, 달은 같은 거리에서 같은 크기로 지구를 비추고 있지요.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지평선 근처의 달이 훨씬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 착시는 눈의 구조나 대기의 굴절 때문이 아니라, 뇌가 시각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심리학자들과 뇌과학자들은 이 신기한 착시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달이 지평선에 있을 때와 머리 위에 있을 때, 사람들이 달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관찰하고,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까지 동원해 뇌의 반응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뇌의 시각 피질에는 특별한 차이가 없었고, 뇌의 상위 인지 구조가 이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정도의 결론만 얻었을 뿐이죠. 다시 말해, 달의 착시는 우리가 보이는 대로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배경, 비교 대상 등을 종합해 해석하는 뇌의 능동적 작용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재미있는 건, 이 착시가 플래네타륨과 같은 인공 천체 투영관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등받이 의자에 누워 가짜 하늘을 바라보며 달 영상을 볼 때, 지평선 가까이 등장하는 달도 그리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가짜 하늘에서는 주변 환경과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천체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전문가들은 실제처럼 느끼도록 하기 위해, 화면 속 지평선 근처 달을 더 크게 만들어 연출한다고 합니다. 달 착시는 실제 하늘, 실제 풍경, 실제 감각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일어나는, 꽤 정교한 인식의 마술입니다.


달 착시에 대한 과거 해석 중에는 ‘빛의 굴절’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지구 대기의 영향으로 빛이 휘어지면서 달의 모습이 왜곡된다는 이론이었지만, 오히려 지평선의 달은 수직으로 찌그러져 약간 납작하게 보일 뿐, 전체적으로 커지지는 않습니다. 그 말은 곧, 달이 커 보이는 건 과학적으로 계산 가능한 굴절의 결과가 아니라, 뇌가 만들어낸 환영이라는 뜻이죠.


결국 달 착시는 단순한 시각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해석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똑같은 크기의 달을 두고도, 주변 환경과의 비교, 뇌의 맥락적 해석, 경험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것. 그건 달 착시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인식에도 통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가 훨씬 더 크고 깊은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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