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에 담긴 생의 고백과 위로
세상에 단 한 사람의 목소리만 남긴다면, 그건 에디트 피아프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녀의 노래는 단순한 음율이 아니라, 삶의 깊은 고통과 눈물, 사랑과 회복을 고스란히 껴안은 진심이기 때문입니다. 불어로 노래한 짧은 한마디가 모국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슴속을 울리는 이유는, 그녀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고, 그 드라마를 온전히 목소리에 담아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1915년 프랑스 파리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에디트 피아프는 어린 시절부터 삶의 무게를 짊어진 사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녀를 버렸고, 외할머니가 운영하던 매춘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눈이 멀었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시력을 되찾았고, 거리에서 노래를 하며 겨우 생계를 이어가야 했습니다. 운명처럼 만난 사람들 덕분에 무대에 서게 되었지만, 그 후에도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딸을 일찍 잃고, 사랑했던 연인은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으며, 사고와 병, 중독, 외로움이 그녀를 끊임없이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노래했고,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그녀의 대표곡 중 하나인 “La Vie en Rose”는 바로 이런 삶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난 노래였습니다. 직역하면 ‘장밋빛 인생’이라는 뜻을 가진 이 곡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세상을 얼마나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지를 담담하고도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그가 사랑한다고 말해요. 그러면 내 마음은 춤을 춰요.”라는 가사는 단순하지만, 한때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여인이 사랑을 통해 다시 삶을 느끼게 되는 순간의 기적을 말해줍니다. 전쟁 직후 황폐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이 노래는 마치 희망처럼 들렸고, 이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가수들이 다시 부르게 된 이유도 그 깊은 감정의 울림에 있을 것입니다.
https://youtu.be/B-xnAlKZ2OY?si=Nt389VO0e7HuwH_U
그에 반해 “Non, je ne regrette rien”(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는 삶의 끝자락에서 부른 마지막 선언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그녀가 마약과 알코올 중독, 건강 악화로 무너졌던 시절에 다시 무대에 오르며 선택한 곡입니다. 처음에는 곡을 거절했지만, 피아노 전주가 흐르자마자 그녀는 “이건 내 노래야”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처럼 이 곡은 그녀 자신의 삶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통과 실수, 사랑과 상처 모두를 끌어안으며 살아온 자신을 용서하고 긍정하는 고백이었습니다. “사랑도, 상처도, 기쁨도, 고통도 모두 내 인생의 일부였다. 이제 그 모든 것을 떨쳐내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가사는, 후회의 언어가 아닌 생의 용기였습니다.
https://youtu.be/1FdUxIp0GX0?si=TsfwoEiCiX6r7s7I
에디트 피아프는 1963년, 겨우 마흔일곱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장례식에는 수많은 파리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마지막 인사를 건넸고, 이후에도 그녀의 노래는 시대를 넘어 끊임없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영화 <인셉션>에서 “Non, je ne regrette rien”이 꿈에서 깨어나는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었고, “La Vie en Rose”는 수많은 영화와 광고, 무대에서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 곡은 삶을 다시 사랑하게 해주는 노래였고, 또 다른 곡은 그 사랑을 온전히 살아낸 사람이 삶을 떠나며 남긴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두 곡 모두 에디트 피아프의 인생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고, 그녀는 단지 그것을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자체가 노래가 된 사람이었습니다.
사랑받지 못했던 어린 시절, 상실과 고통을 지나, 결국은 스스로를 용서하고 사랑한 여인의 목소리는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됩니다. 후회 없는 장밋빛 인생, 그것은 결코 완벽하거나 행복하기만 했던 삶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불완전하고 아팠기 때문에, 그 안에서 피어난 목소리는 더 깊고 강했습니다. 그녀가 남긴 노래는,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하게 될 ‘인생의 무게’에 대해, 단 한 번도 눈을 돌리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건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