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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예술을 경계한 이유

진리를 흐릴 수 있는 감정의 힘에 대한 철학적 의심

by 김형범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나는 순간, 우리는 그 감동에 스스로를 맡기게 됩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의 두 철학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이런 감정의 순간을 경계했습니다. 그들에게 예술은 단순한 위로나 즐거움이 아니라, 때로는 진리를 흐리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힘이었습니다. 그들의 예술관은 감동과 진실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며,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함정을 생각하게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이성을 통한 진리 탐구를 인간의 가장 고귀한 행위로 보았습니다. 그는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면 사람은 쉽게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술은 짧은 순간에 사람의 마음을 강하게 움직이고, 이성적 검토 없이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예술이 아름다울수록,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매혹적인 표현과 장면이 진실을 흐리고, 사람들을 거짓된 확신과 편견 속에 가둬버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의 이런 생각은 당대의 시인과 연극 배우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습니다.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한층 더 철학적으로 체계화했습니다. 그는 세계를 ‘이데아’와 그 그림자인 현실로 나누고, 예술은 그 현실마저 다시 모방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실이 이미 불완전한 진리를 담고 있는 상태에서, 예술은 그 불완전한 것을 또다시 모방하니 진리에서 두 번이나 멀어진 셈입니다. 그래서 그는 예술을 ‘그림자의 그림자’라 부르며, 특히 시와 연극 같은 장르가 사람들의 영혼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보았습니다. 감동적인 장면이 눈물을 자아낼 수 있지만, 그 눈물이 올바른 길로 이끌지 않는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감동이 아니라 위험한 유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상적인 국가에서는 시인과 극작가를 추방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했습니다. 그는 예술이 사람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성적 사고를 방해한다고 믿었습니다. 예술이 사람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 예술은 진리를 향한 길에서 벗어나게 할 가능성이 매우 큰, 매혹적이지만 위험한 힘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예술관을 너무 엄격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선동, 상업적 광고, 감성에 호소하는 뉴스와 영상의 사례를 떠올리면, 그들의 경계심이 여전히 설득력을 가집니다. 우리는 종종 감동 속에서 진실을 본다고 믿지만, 그 감동이 철저히 계산된 연출이거나 특정 목적을 위한 도구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감정을 움직이는 힘은 곧 인식을 바꾸는 힘이며, 이는 사회를 선하게도, 악하게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예술을 미워한 것이 아니라, 그 힘을 두려워했습니다. 그 두려움은 곧 예술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철학은 예술을 향유하는 우리의 태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감동을 느낄 때, 그 감동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지를 성찰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들이 말하고자 한 예술에 대한 올바른 경계심일 것입니다. 감정과 진실 사이의 거리를 분별하는 능력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예술을 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세이며,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움과 진실을 모두 지키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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