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정의 사이의 간극에서
드라마 에스콰이어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합니다. 한 남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사고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팔이 절단됩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행인이 그 팔을 들고 달아나 버리죠. 상식적으로는 너무도 간단해 보입니다. 남자가 당연히 자기 팔을 돌려받아야 하고, 법원도 그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 믿게 됩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뜻밖의 답이 나옵니다. 법적으로 신체 일부는 소유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내 팔이니 돌려달라”는 청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팔을 돌려받을 수는 있지만, 소유권이 아니라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법과 상식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이 사례를 곱씹다 보면 한 가지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닿게 됩니다. 그렇다면 법을 어긴 것이 곧 죄를 저지른 것일까요? 우리는 흔히 법을 지키는 것이 선이고, 법을 어기는 것이 악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사와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과거 군사 정권 시절,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법을 어긴 이들이 있었습니다. 당시 법의 관점에서는 불법 행위였지만, 민주주의의 눈으로 보면 그들은 정의를 지키려 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반대로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탄압에 동참한 이들은 법을 지킨 것이었지만, 인류의 보편적 시선에서는 명백한 죄악을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이 두 사례는 법과 죄가 동일하지 않음을, 그리고 법이 정의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법은 사회적 합의와 제도의 산물입니다. 특정 시대와 체제 속에서 정해진 규범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반면 죄와 악의 문제는 도덕과 윤리, 그리고 인간의 양심과 더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시대에 따라 바뀌고, 때로는 잘못된 권력의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죄의 문제는 그 너머에서 우리를 계속 괴롭히며 질문을 던집니다.
드라마 속 팔 반환 소송 장면이 단순한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고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식과 법 사이의 차이를 통해, 우리는 법과 죄, 합법과 정의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면 결국 중요한 것은 법을 따르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법이 진정으로 인간다운 삶과 정의를 지향하고 있는가를 묻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