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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장수 과자, 다이제의 숨겨진 이야기

영국에서 온 비스킷이 비상식량이 되기까지

by 김형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과자, 다이제는 사실 영국에서 건너온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30년에 설립된 영국의 제과회사 맥비티(McVitie's)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1982년 국내에 처음 선보였죠. 당시 이름은 '다이제스티브', '소화를 돕는'이라는 뜻처럼 통밀로 만들어져 건강한 이미지로 출시되었습니다. 이후 1997년 계약이 만료되면서 현재의 '다이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크기도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 맛과 정체성은 그대로 이어왔습니다. 원조인 영국 맥비티의 다이제스티브와 오리온의 다이제는 비슷한 듯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데, 오리온 다이제에는 우유와 밀크향이 더해져 있어 더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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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국민 과자로 사랑받던 다이제는 최근 예상치 못한 용도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뛰어난 '비상식량'으로서의 가치인데요. 일반적인 비상식량들이 개당 2만 원이 넘는 고가인 반면, 다이제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풍부한 열량을 제공합니다. 원통형 한 통에 무려 939kcal(초코 다이제는 1,144kcal)에 달하는 높은 열량은 성인 여성의 하루 기초대사량을 거의 충족시킬 정도입니다. 또한 작고 가벼워서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등산이나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휴대용 식량이 되기도 하고, 생존주의자들 사이에서는 '가성비 최강 비상식량'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이제의 또 다른 매력은 뛰어난 맛과 다양한 활용법에 있습니다. 비상식량은 보통 맛이 없어 먹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다이제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으로 비상 상황에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뜨거운 커피, 우유, 핫초코와 함께 먹으면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더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부숴서 치즈케이크나 무스 케이크의 밑바닥으로 활용하거나, 냄비에 우유와 함께 끓여 죽처럼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이처럼 다이제는 단순한 과자를 넘어, 한 통에 충분한 열량과 맛을 모두 담아내며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실용적인 식품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다이제는 30년이 넘는 역사를 넘어 현재의 우리 삶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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