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처럼 미술관 즐기는 법
미술관에 가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 때가 있습니다. 수많은 명작 앞에서 “와, 대단하네”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 왠지 모르게 초라해지는 기분이죠.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이 없더라도, 마치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처럼 그림을 꿰뚫어 보는 듯한 '아는 척'을 하고 싶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보스턴 미술관의 메리 매길리브레이라는 미술사 전공생이 그런 우리를 위해 유쾌한 '아는 척' 팁을 공개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그림 속 숨겨진 특징들을 콕 집어내는 그녀의 시선은 딱딱한 미술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그림 속 인물들이 하나의 조명 아래 어딘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면, 그건 바로 카라바조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그의 기법인 '키아로스쿠로'는 인물들의 심리를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죠. 만약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고 있다면, 어딘가 흐릿하고 뿌연 느낌에 ‘안경을 새로 맞춰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는 그가 빛을 다루는 방식 때문에 생기는 착시 현상으로, 빛이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느낌을 담아내기 위한 의도적인 기법입니다. 반면, 근육이 터질 듯한 완벽한 인물들이 줄지어 있다면 미켈란젤로의 작품을 보는 중일 수 있습니다. 그의 인물들은 현실을 초월한 완벽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혹시 그들 중 누군가가 미국 드라마 '오피스'의 짐처럼 정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면, 그것 역시 그의 작품의 특징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또한, 금발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성이 등장하는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고, 왠지 모르게 못생긴 아기들이 자주 등장한다면 보티첼리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을 겁니다.
작품 속 인물들이 농촌에서 갓 상경한 시골 소녀처럼 보인다면 중세 시대의 그림일 가능성이 높고, 그림이 어딘가 미완성된 느낌을 준다면 아르누보 양식일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보면 마치 복잡한 테트리스 조각이 완벽하게 맞춰진 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인체의 비율과 구도를 치밀하게 계산하여 보는 이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색의 침대 시트를 기워 만든 듯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몬드리안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고, 뭔가 니코틴에 찌든 듯한 느낌을 준다면 에곤 실레의 그림을 보는 중일 겁니다. 실레의 작품 속 인물들은 비정상적으로 길쭉하고 왜곡된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인간의 내면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그의 예술 세계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귀여운 아기가 등장하는 그림은 바로크 시대에 속하는 작품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멋진 나무가 그려진 풍경화 속 인물들이 어딘가 지루해 보인다면, 클로드 푸생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의 그림은 자연의 웅장함과 대비되는 인간의 나약함과 무상함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이 제시하는 유쾌한 팁들을 잘 활용한다면, 미술관은 더 이상 어렵고 지루한 공간이 아닙니다. 이 모든 팁을 외울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그림 속에서 보이는 독특한 특징들을 발견하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결국 이 모든 유쾌한 팁들의 결론은, 이 정도면 그냥 미술사를 공부하라는 웃음 섞인 조언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만큼 미술사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