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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

by 김형범

한때 영화는 극장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집에서 비디오로 다시 보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고, 그 기다림 자체가 영화의 가치를 높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OTT 시대가 열리면서 언제든 원하는 순간에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편리함이 늘어난 만큼, 영화관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커졌습니다. 그렇다면 왜 여전히 영화관은 존재해야 하고, 또 사람들은 그곳을 찾을까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특이한 실험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는 먼저 OTT에서 공개되었고, 뒤이어 영화관에서는 싱어롱 이벤트 상영이라는 형태로 다시 관객 앞에 섰습니다. 전통적인 개봉 순서를 뒤집은 이 사례는 영화관이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를 넘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영화관에서의 경험은 집과 다릅니다.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사운드입니다. 대형 스피커와 서라운드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음향은 작은 화면과 이어폰으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몰입감을 줍니다. 특히 노래와 음악이 중요한 영화라면, 이 차이는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싱어롱 이벤트가 영화관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사운드의 힘이었습니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집단 경험입니다. 같은 장면에서 수십 명이 동시에 웃고, 환호하고, 노래하는 순간은 개인적 감상이 아니라 사회적 경험으로 확장됩니다. 이는 OTT가 제공하지 못하는 영화관만의 고유한 가치입니다. 특히 케이팝처럼 팬덤과 집단적 열기가 중요한 문화에서는 영화관이 단순한 상영관이 아니라 무대와 관객석이 동시에 존재하는 특별한 장으로 기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은 이벤트성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OTT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영화관에서의 이벤트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만 가능한 경험입니다. 한정된 순간에 함께 모여 영화를 즐겼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추억이자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영화관이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싱어롱 상영을 허용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순히 OTT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만이 줄 수 있는 경험적 차별성을 관객에게 다시 일깨우려는 시도였던 것입니다. 사운드의 몰입감, 집단적 열기, 그리고 한정된 이벤트가 주는 특별함은 OTT 시대에도 여전히 관객을 끌어들이는 힘으로 작동합니다. 영화관은 이제 더 이상 콘텐츠 소비의 첫 관문만은 아닙니다. 대신 OTT가 할 수 없는 영역을 찾아내고, 그 경험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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