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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환기: 공동체에서 개인으로_4편

엔터테인먼트의 전환_시상식의 쇠락과 뉴미디어의 무대

by 김형범

한때 한국의 연말은 TV 앞에 온 가족이 모여 드라마와 예능 시상식을 지켜보는 풍경으로 끝맺었습니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자사의 프로그램을 총정리하며 인기 배우와 예능인을 한자리에 모아 화려한 무대를 꾸몄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무대는 의미를 잃었습니다. 여러 부문에서 공동수상자를 남발하는 장면은 상의 권위를 희석시켰고, 코로나19 시국에도 비판을 무릅쓰고 행사를 강행하는 방송사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공정성 문제와 홍보성 운영이 겹치면서, 시청자들은 이 시상식이 더 이상 재미나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입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튜브 스타 침착맨은 자신의 채널에서 연말 시상식을 기획해 팬들과 새로운 축제를 열었습니다. 그의 시상식은 재치 있는 이름과 참신한 수상 부문으로 웃음을 자아냈고, 팬들이 실시간 채팅과 투표로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KPMG 보고서는 침착맨을 “유튜브에서 최고의 스타”로 평가하면서, 그의 콘텐츠가 팬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한다고 분석합니다. 이는 전통 방송사의 시상식이 잃어버린 ‘함께 하는 즐거움’을 디지털 공간에서 되찾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방송으로 이름을 알렸던 유명인들도 속속 뉴미디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종합격투기 선수 추성훈은 딸 추사랑과의 일상을 기록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전하고, 텔레비전에서는 볼 수 없던 솔직한 모습으로 새로운 팬층을 모았습니다. ‘국민 MC’ 유재석은 나영석 PD가 운영하는 채널 십오야의 온라인 예능에 출연해 즉흥적인 재미를 선사하며 젊은 시청자들과 거리를 좁혔습니다. 그리고 나영석 PD 자신도 예능 프로그램의 미공개 영상과 인터넷 전용 콘텐츠를 선보이는 채널 십오야를 통해, 방송에서 하지 못했던 실험적 포맷을 자유롭게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 매체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스타들이 새 무대를 찾아 나서는 움직임은, 뉴미디어가 대중과 소통하는 주 무대가 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엔터테인먼트 소비의 변화는 형식에서도 드러납니다. 손바닥만 한 화면에 최적화된 짧은 영상, 이른바 ‘숏폼’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틱톡과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같은 플랫폼이 주류로 떠올랐습니다. 길어야 1~2분에 불과한 영상들은 빠른 편집과 강렬한 장면으로 집중 시간을 압도하며,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연속적으로 영상을 제공하니 시청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무한 스크롤’의 세계로 빠져듭니다. 방송사들도 하이라이트 클립을 숏폼으로 제작해 SNS에 올리고, 연예인들은 댄스 챌린지나 짧은 V-log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이 흐름에 합류합니다. 긴 호흡의 프로그램보다 짧고 간결한 이야기들이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결국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습니다. 전통 시상식의 권위가 빛을 잃는 사이, 침착맨 같은 크리에이터가 만든 시상식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올드미디어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은 자유로운 표현과 즉각적인 반응을 찾아 뉴미디어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숏폼 콘텐츠의 폭발적 인기는 새로운 창작 형식을 요구하며 미디어 생태계의 지형을 바꾸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될 것이며,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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