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바꾼 엔터테인먼트의 왕좌, 영화관의 몰락
어둑해진 극장 안에 모여 팝콘을 나누며 영화를 즐기는 일은 한때 한국인의 일상과 같았습니다. 2010년대 후반까지 한국 영화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칸과 아카데미를 휩쓸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멀티플렉스의 확산과 관객의 애정은 2019년 극장 관객 수를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렸고, 영화 산업은 왕좌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2020년 초 찾아온 팬데믹은 그 왕좌를 뒤흔들었습니다. 감염 우려로 극장이 문을 닫거나 좌석을 비워 두어야 했고, 대규모 제작 현장은 멈춰섰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팬데믹 동안 영화·방송 제작이 중단되고 공연 시장이 폐쇄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관객이 사라지자 배급사들은 개봉을 미루거나 온라인 플랫폼과 계약을 맺어 작품을 공개했으며, 극장은 빈 상영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팬데믹 이후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감염 공포 때문만은 아닙니다. 집에서도 대형 TV와 서라운드 사운드를 갖추게 된 사람들에게 영화관의 음향과 스크린이 더 이상 압도적인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영화표와 팝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동안 OTT 서비스는 한 달 구독료로 무제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보고 싶은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편의성이 더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극장보다 소파를 선택하는 현상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위생 문제를 넘어, 미디어 소비의 생활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합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은 OTT였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넷플릭스의 월간 이용자 수가 약 50% 증가하고 매출이 281억 원에서 439억 원으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넷플릭스는 《킹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오리지널을 잇달아 선보이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관객들은 저렴한 구독료로 집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극장이 독점했던 개봉 창구라는 지위는 OTT와 나눠 가지는 구조로 변했습니다.
극장은 프리미엄 음향과 스크린을 앞세워 관객을 다시 불러들이려 애쓰지만, 팬데믹이 만든 새로운 습관을 뒤집기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제 한국 영화 산업은 극장과 OTT의 공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습니다. 극장은 이벤트성과 체험을 강화해야 하고, OTT는 편의성뿐 아니라 영화가 지닌 다양성과 실험성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이야기를 전하는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창작자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극장이 제작비 회수를 책임져 왔지만, 이제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OTT 플랫폼이 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장르의 다양성과 새로운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투자 구조를 바꾸고, 극장과 플랫폼 모두가 창작자들의 실험을 뒷받침해야만 영화 산업과 이야기 영상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