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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환기: 공동체에서 개인으로_6편

제3의 물결_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향하는 미디어

by 김형범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지던 순간부터 한국의 미디어 풍경은 빠르게 변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신문과 뉴스 프로그램을 보던 시대는 지나가고, 누구나 각자의 화면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시대가 펼쳐졌습니다. 이 변혁의 과정은 다섯 편의 에세이를 통해 정치, 정보, 엔터테인먼트, 영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첫 편에서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보급이 공동체의 기억을 해체하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신문과 방송이 제공하던 공통의 이야기 대신, 카카오톡 메시지와 유튜브 알고리즘이 개인별로 다른 소식을 전달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인들은 더 이상 같은 뉴스에 울고 웃지 않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춘 정보는 편리하지만, 사회를 묶어주던 공통의 언어는 희미해졌습니다.


두 번째 정치 편에서는 딴지일보 김어준의 부상을 중심으로, 뉴미디어가 어떻게 공론장을 장악했는지 분석했습니다. 김어준과 같은 크리에이터는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류 언론의 권위를 흔들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 언론에 대한 불신과 함께, 정치적 담론이 더 거칠고 감정적인 언어로 소비되는 문화를 낳았습니다. 올드미디어는 자신의 입지가 위협받는다는 위기의식 속에 뉴미디어를 바라보았고, 뉴미디어는 계속 올드미디어의 위치를 넘보고 있습니다.


세 번째 정보 편에서는 사람들의 뉴스 소비가 어떻게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뉴스와 여론을 좌우하고, IT 크리에이터 잇섭이 애플 CEO 팀쿡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은 정보 권력이 완전히 새로워졌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전통적 뉴스의 이용률은 꾸준히 하락한 반면, 소셜미디어와 동영상 플랫폼은 가장 중요한 정보 창구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신뢰성과 선정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제기되었습니다.


네 번째 엔터테인먼트 편에서는 지상파 시상식의 몰락과 침착맨 시상식의 등장, 그리고 추성훈·유재석·나영석 같은 유명인의 뉴미디어 진입을 다뤘습니다. 공중파 시상식은 공동수상과 방송사 홍보로 비판받으며 권위를 잃은 반면, 침착맨은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상식을 통해 새로운 축제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올드미디어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은 유튜브와 SNS라는 자유로운 무대에서 자신을 재정의하고, 숏폼 영상은 짧고 강렬한 서사로 대중의 시간을 장악했습니다.


다섯 번째 영화 편에서는 2010년대 후반 절정기를 누리던 한국 영화 산업이 팬데믹과 함께 어떻게 위기에 직면했는지 분석했습니다. 봉준호의 《기생충》 이후 극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지만, 코로나19로 상영관이 닫히고 제작이 중단되면서 왕좌는 흔들렸습니다. 이를 대신한 것은 OTT였습니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성장하며 한국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고, 관객은 극장 대신 집에서 영화를 시청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영화 산업은 극장과 OTT의 공존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알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예견한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와 닮아 있습니다. 과거 몇몇 거대 미디어가 대량으로 만들어낸 콘텐츠를 모두가 소비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수많은 창작자가 각자의 개성과 이야기를 쏟아내고, 소비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합니다. 알고리즘은 개인별 피드를 구성하고, 플랫폼은 국경과 장르를 넘어 다양한 작품을 공급합니다. 이러한 다양성은 미디어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지만, 동시에 창작자들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제도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극장이 제작비 회수의 중심이었지만, 이제 막대한 수익을 얻는 OTT 플랫폼도 책임을 나누어야 합니다. 장르의 다양성과 새로운 시도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투자 구조를 혁신하고, 극장과 플랫폼 모두가 창작자들을 지원해야만 이야기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시대, 한국 미디어는 더 많은 목소리와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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