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촐리타스 산악인들이 증명한 불가능은 없다
겨울의 엄숙한 침묵 속에 거대한 산맥이 솟아 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기 힘든 그곳, 매서운 바람이 피부를 할퀴고 숨쉬기조차 버거운 희박한 공기가 흐르는 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묵묵히 걸음을 옮깁니다. 그들은 전문적인 등산복 대신, 화려한 색깔의 천으로 만든 겹겹의 전통 치마와 숄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마치 고산지대의 꽃송이처럼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극한의 환경 속에서 오히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은 볼리비아의 원주민 여성들, '촐리타스'였습니다. 촐리타스라는 명칭은 본래 인디오 혈통에 스페인어가 섞인 하층 계급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과거의 차별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촐리타스 여성들은 수많은 편견과 멸시를 견뎌야 했고, 이는 그들을 사회의 변두리에 머물게 하는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들은 이 단어를 스스로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의 상징으로 당당하게 재해석했습니다. 그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등반이 아니었습니다. 오랜 시간 그들을 짓눌러 왔던 편견과 차별의 무게를 딛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힘찬 발자국이었습니다.
그들이 처음부터 산악인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촐리타스는 평생을 산 아래에서 삶을 일구며 살아왔습니다. 그들은 안데스 산맥의 등반가들을 위한 짐꾼이나 요리사로 일하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매일같이 베이스캠프를 오가며 그들의 등반 준비를 돕고, 따뜻한 식사를 준비해주던 그들의 시선은 점차 산의 정상을 향하게 되었습니다. 자신들에게는 일상적인 배경이었던 그 산을 누군가는 삶의 목표로 삼아 도전하고, 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의 내면에도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신들이 짐을 날라주던 사람들의 정복 대상이었던 산이, 이제는 그들 자신의 도전이자 자부심이 될 수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과 삶에 대한 관찰은 등반이라는 새로운 꿈을 낳았고, 이는 그들을 산악인으로서의 삶으로 이끌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꿈을 품은 그들은 2014년부터 아콩카과 등반을 목표로 혹독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삶이 늘 고지대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마치 히말라야의 셰르파들처럼, 그들이 등반에 필요한 고산 적응력이라는 놀라운 강점을 이미 갖추고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등반 장비는 낡았고 등반 기술은 스스로 익혀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콩카과를 정복하기 위해 나섰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의복을 그대로 입고 등반에 나서는 용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단지 옷을 입고 오르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를 세상에 분명하게 드러내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들의 등반 여정은 우연히 그들을 만난 한 사진작가의 카메라에 담기게 되었고, 사진작가가 "마치 해변을 걷는 것처럼 산을 오른다"고 표현했을 만큼 그들의 자연스러운 강인함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등반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도전이었지만, 사진작가의 기록은 그들의 이야기를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촐리타스 여성들의 아콩카과 등반은 단순히 물리적인 정상 정복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들의 도전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사회적 편견과 인종차별에 대한 강력한 항변이었습니다. 그들의 성공은 '촐리타스'라는 이름이 더 이상 '하층 계급'을 의미하는 멸시의 단어가 아니라, 강인함과 자부심의 상징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등반이라는 한 가지 행동이 그들 자신에게는 삶의 주체성을 되찾는 계기가 되었고, 볼리비아의 다른 원주민 여성들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었습니다. 그들의 위대한 여정은 한때 자신을 가두었던 굴레를 스스로 벗어던지고,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자존감을 되찾는 과정이었으며, 이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용감한 행동이 가져온 아름다운 결과였습니다. 결국, 그들의 발걸음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무모한 도전이 아닌, 삶의 터전에서 얻은 경험과 그로 인해 싹튼 열망이 만나 이루어낸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